↑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소재 벽산메가트리움 전경. 이 아파트 전용 116㎡는 작년 1월 이후 매매거래가 없었는데 올해 공시가격은 전년 대비 19.4% 뛰었다. [매경DB] |
올해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2007년 이후 최대폭인 14.17% 오를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부동산 시장에는 여진이 확산되고 있다. 작년 9·13 부동산 대책 이후 '거래절벽'이 심화된 상황에서 정부가 책정한 공시가격에 대한 적정성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주요 강남 지역보다도 높게 상승한 아파트 공시가격을 확인한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주민들과 경기도 과천, 성남 분당 주민들 불만이 컸다.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자치구 중에서 공시가격 상승률이 높았던 곳은 용산(17.98%) 동작(17.93%) 마포(17.35%) 성동(16.28%) 등이었다. 서울 외 지역에선 경기 과천이 23.41% 뛰며 '전국 1위'에 올랐고, 경기 성남 분당구도 17.84% 급등했다.
문제는 작년에 이들 지역 아파트 상당수가 거래 없이 '호가'만 오르다가 올해 들어선 되레 조정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마포구 래미안웰스트림은 전용 114㎡가 지난해 3월 이후 거래가 한 건도 없었다. 그간 호가는 17억원까지 치솟았지만 매수자들이 머뭇거려 매매가 이뤄지지 않았다. 지금은 시장이 워낙 불투명해 '호가'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게 주변 공인중개업소 측 설명이다. 하지만 이 아파트의 해당 평형 공시가격은 8억6400만원에서 10억80만원으로 15.8% 올랐다. 마포구 부동산 투자 카페에는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하니 세금을 더 낼 각오는 돼 있지만 이게 맞는 가격인지 모르겠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같은 단지 아파트 내에서 같은 기준층 중소형의 공시가격이 중대형을 앞지르는 사례도 발견돼 주민들이 황당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용산구 문배동 용산아크로타워 102동에 위치한 전용 84.97㎡(30층)의 올해 공시가격 예상액은 6억8500만원인 반면, 101동에 위치한 126.3㎡ 공시가격은 6억8100만원에 그쳤다.
해당 아파트의 작년 공시가격은 전용 84.97㎡가 5억1600만원, 126.3㎡가 5억8800만원으로 중대형 공시가격이 비쌌다. 올해 84.97㎡는 32.75% 치솟은 반면, 126.3㎡는 상승률이 15.81%에 그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들 아파트 정도는 아니지만 서울·경기는 물론 대구 등에서도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 이후 심각한 '거래절벽'에 빠지면서 누구도 가격을 말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서울 도곡푸르지오2차 전용 147㎡는 지난해 거래가 단 2건이었다.
근처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지금은 나와 있는 매물도 없고 매수 문의도 없다. 하지만 공시가격은 7억3500만원에서 8억4800만원으로 15.4% 뛰었다. e편한세상 옥수파크힐스 전용 115㎡도 지난해 8월이 마지막 거래였는데 공시가격은 8억5600만원에서 10억5600만원으로 23.4% 상승했다.
국토부는 올해 공시가격을 책정할 때 이 같은 시장 상황을 최대한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파트 공시가격은 실거래가뿐만 아니라 매매가격 동향, 감정평가사들의 판단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공시가격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 시장이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보니 가격이 예상되지 않는데 공시가격 때문에 20~30% 오른 종합부동산세·재산세 고지서를 받으면 불만이 예상보다 클
특히 거래도 안 되는 집을 의도적으로 콕 집어 공시가를 인상하는 정부 행위에 피해자들 불만은 커지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공시지가 상승률을 받아든 과천 지역 주민들은 '부글부글한' 모습이다.
과천주공4단지 주민은 "가격은 계속 떨어진다는데 공시가격은 끌어올려 세금을 많이 걷겠다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