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한 해 동안 시가상승률이 50.8%에 달한 서울시 성북구 보문동6가 보문파크뷰자이 전경. [매경DB] |
정부가 지난 14일 발표한 공동주택 공시가격 잠정안에 대해 '고무줄 논란'이 또다시 일고 있다. 통상 같은 단지, 같은 층 내에서 면적에 비례하는 공시가격이 역전됐다. 또 지난해 비슷한 시세와 시가 상승률을 보인 아파트들 사이에서도 상승률이 3배 이상 차이가 벌어진 사례도 수두룩하다. '가격이 오른 만큼 공시가도 올린다'는 게 정부의 공시가 현실화 원칙이었는데, 들쭉날쭉한 사례가 쏟아지면서 혼란과 불만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매일경제신문은 2018년 한 해 동안 서울에서 가장 많이 오른 아파트 20곳을 추려 올해 공시가격(잠정안)이 지난해에 비해 얼마나 올랐는지 조사했다. 지난해 시세 상승률 상위 20위 안에 포함된 서울 아파트들의 올해 공시가격은 12.7%에서 41.1%까지 상승률 격차가 3배 넘게 벌어졌다. 이들 아파트 단지의 지난해 시세 상승률은 42.1~53.5%로 큰 차이가 없었다. 이는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가 서울 소재 300가구 이상 단지들 중 2017년 12월~2018년 12월 단지 시가총액 변동률을 전수조사한 결과다.
서울시 성북구 보문동6가의 보문파크뷰자이는 전용 84㎡ 중간층의 공시가격이 지난해 4억2600만원에서 올해 4억9400만원으로 16.0% 올랐다. 반면 용산구 산천동에 위치한 리버힐삼성은 전용 84㎡ 중간층의 지난해 공시가격이 4억3800만원에서 올해 5억7200만원으로 30.6% 올랐다. 부동산114 시세정보에 따르면 보문파크뷰자이 시가총액은 지난해 50.8%, 용산 리버힐삼성은 47.8% 상승해 큰 차이가 없었다.
실거래 가격으로 봐도 차이가 없다. 보문파크뷰자이 전용 84㎡는 지난해 1월 7억2000만원부터 시작해 8월에는 9억원까지 거래가 이뤄졌다. 용산 리버힐삼성은 1월 7억1700만원부터 시작해 8월 9억3000만원까지 거래됐다. 현재 호가로 나와 있는 전용 84㎡ 매물도 10억원 선으로 비슷하다. 상승률과 가격이 거의 비슷했음에도 공시가 상승률은 2배로 차이가 난 것이다.
서울시 동작구 사당동 이수역리가와 마포구 신공덕동 펜트라우스도 2010년대 초반 입주해 400여 가구로 비슷한 규모 아파트지만, 시세 차이보다 공시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진 사례다. 부동산114는 이수역리가의 지난해 시가총액 상승률은 46.4%, 펜트라우스는 42.2%로 비슷하게 산정했다. 하지만 올해 84㎡ 중간층의 공시지가는 이수역리가가 27.8%, 펜트라우스는 15.7%로 큰 차이를 보였다.
시세 산정 업무를 담당하는 감정원 측은 "같은 서울이라도 용산구와 성북구 보문동 아파트를 단순히 시세와 공시지가로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역적·부동산 유형 차이에도 불구하고 시세가 유사하면 세부담을 동일하게 하는 것이 공평하다고 강조해 온 건 국토부와 감정원 측이었다.
지난 1월 국토부는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하면서 "울산 남구 소재 5억8000만원짜리 아파트는 공시가격이 4억2000만원이고, 마포구 연남동 소재 15억원 단독주택은 공시가격이 3억8000만원에 불과하다"고 역설한 바 있다.
같은 가격이라면 같은 시세를 반영해 공시가격이 적용돼야 조세부담이 공평하다는 논리와 상통한다.
감정원 관계자는 "지역과 상관없이 실제 가격이 비슷하고 또 비슷하게 올랐다면 공시가격도 같은 수준에서 책정돼야 한다는 생각도 일면 타당할 수 있다"며 "향후 이의신청 과정에서 조정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 황당한 것은 상식적으로 같은 단지 내에서 면적과 비례해야 할 공시가가 앞서 서초 현대아파트 외에도 역전되는 기현상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용산구 문배동 용산아크로타워 102동에 위치한 전용 84.97㎡(30층)의 올해 공시가격 예상액은 6억8500만원인 반면 101동에 위치한 126.3㎡ 공시 가격은 6억8100만원에 그쳤다.
해당 아파트의 작년 공시가격은 전용 84.97㎡가 5억1600만원, 126.3㎡가 5억8800만원으로 중대형 공시가격이 비쌌다. 올해 84.97㎡는 32.75% 치솟은 반면에 126.3㎡는 상승률이 15.81%에 그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작년 이맘때 정부가 강남 지역의 재건축 부담금 예상액을 발표할 때도 산정 과정을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며 "세금이 30~40%씩 뛰는데 납득할 만한 산정 과정을 설명해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전범주 기자 /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