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미국과 중국은 여러 측면에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중국의 경제발전은 독특하긴 하지만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시작된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발전 모델에 기초하고 있다. 정부 주도의 경제계획과 금융시스템 개방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다. 미국은 이런 시장을 왜곡하는 동아시아 스타일의 경제발전 방식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일본과 한국이 걸어간 길을 왜 중국에만은 허용할 수 없는지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정치사상적 측면에서는 더욱 첨예하다. 서구의 정치사상은 정치적 규제 완화와 자유화 없이 경제적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는 변할 수 없는 원칙을 갖고 있다. 중국은 여러 가지 상황 논리로 이를 받아들이길 거부하고 있다. 중국은 서구민주주의는 아니지만 능력 있는 관료에 의한 현능정치(Meritocracy)를 실현하는 등 민심을 통해 국민에게 정당성을 인정받는 고도의 정치체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1990년대를 기점으로 중국은 정통 사회주의를 버리고 '중국식 사회주의' 특히 중국 전통 정치철학인 유가를 차용해 기존 체제를 옹호하는 이데올로기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장쩌민은 덕치론, 후진타오는 조화로운 사회 건설을 내걸었다. 시진핑에게도 공자는 기존 정부에 권위를 가져다주는 중요한 사상적 근거를 제시한다. 국제정치 측면에서도 중국은 근대 서구의 국제정치 질서가 아닌, 페어뱅크가 '중화질서'라고 불렀던 과거 천하질서를 향후 만들어갈 새로운 체계로 변용하려 한다.
1990년대 이후 중국은 전통적인 사회주의 국가가 아닌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특별한 명칭을 사용했지만, 실제 정치체제는 '권위주의적 정치체제에 의해 경제발전을 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에 다를 바 없다. 중국은 정치적 정당성이 필요할 때 유가를 이용하고, 권력을 추구할 때 법가를 활용한다. 또한 술과 예술을 논할 때는 도가를 이용한다. 어떨 때는 아직 가난한 신흥국일 뿐이라고 항변하고, 중국과 티베트의 인권을 말할 때는 문화적 차이, 문명의 충돌이라고 비판한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이슈는 그 생각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단기적인 타협이 가능하다 해도 갈등은 중기적으로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수년 전 중국 금융시장의 개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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