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장을 지낸 임종룡 연세대 특임교수의 진단이다. 임 교수는 최근 연세대 야간 경제대학원에서 '한국의 금융제도와 정책'이라는 주제로 첫 강의를 했다. 한국 금융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4대 요인에 대해 발언해 눈길을 끌었다.
임 교수는 "금융의 기능을 실물경제 지원에 치중해 독자적인 금융 발전이 미흡한 측면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당국도 일부 책임이 있다"며 "(당국이) 금융회사 가격·상품 결정에 일일이 간섭하거나 법령에 없는 불투명한 그림자 규제가 이뤄지는 건 경쟁력 저하의 요인"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한국 금융산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네 가지 요인으로 △좁은 한국 시장의 한계와 인허가 사업인 금융업이라는 특성 △불합리한 규제와 감독 △금융산업의 인식과 여건 △금융권의 보수적 행태 등을 꼽았다.
첫 번째 요인은 금융업 특성과 연관이 깊다. 금융업은 인허가를 통해 독과점 이윤을 얻는 규제산업이다 보니 혁신에 대한 절박함이 부족하고 국가별로 다른 언어 때문에 국제화에 한계가 있다는 것. 금융회사들이 규제 완화를 외치면서도 기존 규제의 보호막을 누리는 측면도 있다. 금융회사 간 '경쟁'이 더 치열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두 번째 요인은 금융규제와 관련된 부분이다. 금융업은 특성상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당국이 금융회사 가격과 상품 결정에 일일이 간섭하는 것은 금융산업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꼽혔다. 법령에 없는 불투명한 소위 '그림자 규제'도 업계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세 번째 요인은 금융이 '공공재'라는 인식으로 실물경제 지원 수단으로만 여겨지는 일부 인식 문제다. 마지막으로 금융권의 보수적 행태는 천편일률적인 성과 보상 체계와 불합리한 영업 관행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그는 핀테크와 디지털 흐름을 언급하며 "금융과 정보기술(IT) 접목은 금융회사로 하여금 새로운 조직·인력·투자를 요구하고, 금융권만의 경쟁이 아닌 비금융권과의 경쟁이 시작됐다"며 "기업금융 위축, 소매금융에 대한 규제로 금융회사는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강의는 수강생 30여 명을 대상으로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그는 "여러분이 저의 첫 공식 제자인 셈"이라고 말했다. 그가 "2008년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시절 미국에 다녀온 장관이 미국이 망하면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했다"
[이승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