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이윤주 이랜드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주식시장 변동성이 급격히 커지면서 이랜드리테일이 추진하던 상장 절차에도 불확실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투자자와 협의해 연내 추진하던 상장 절차에 앞서 자기주식 매입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큐리어스, 큐캐피탈, 동부증권,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투자자는 2017년 이랜드리테일 지분 69%를 6000억원에 사들였다.
해당 투자금 중 2000억원은 이랜드그룹이 후순위 출자자로 재투자한 것으로 실제 투자자 원금은 4000억원이다.
이랜드그룹은 이 투자자들에게 6월까지 투자금을 상환해야 한다. 이랜드리테일이 IPO 작업에 착수한 이유다. 그러나 최근 증시 불안정, 깐깐해진 회계 감리 이슈 등으로 인해 이랜드리테일 상장 작업이 지연됨에 따라 자사주 매입 방식으로 선회한 것이다.
자사주 매입 후 이랜드그룹은 이랜드리테일 지분 99.3%를 보유하게 된다.
IPO 없이 FI 투자금을 돌려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랜드그룹 재무 여력이 충분하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최근 2년 동안 강도 높은 재무 구조조정을 벌인 덕분이다.
그간 이랜드그룹은 이랜드리테일 FI 유치, 이랜드월드 자금 유치 과정에서 쉽지 않은 조달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최근 수월한 자금 조달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선 지난해 메리츠금융그룹에서 조달한 4000억원 규모 고금리 사모사채를 전액 상환했다. 이를 위해 이랜드월드 쥬얼리사업부를 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 이월드에 넘기는 대가로 2100억원 규모 자금을 조달해 '선택과 집중'에도 성공했다. 사이판 지역 호텔운영기업 이랜드 사이판 MRI는 사모투자 펀드운용사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에서 1100억원을 유치하기도 했다.
그 덕분에 이랜드그룹은 부채 비율을 지난해 172%까지 낮췄으며 이를 150% 이하로 줄일 계획이다.
수익성 역시 호조세다. 패션 브랜드 티니위니와 홈퍼니처 전문 모던하우스 등 그룹 캐시카우를 잇달아 매각했음에도 지난해 말 그룹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2% 늘어난 4300억원을 기록했다.
기업의 실제 현금 흐름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상각전영업이익(EB
이랜드그룹은 기존 이랜드리테일 상장 주간사인 KB증권·한국투자증권과 협의해 추후 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연기된 이랜드리테일 상장 재추진 작업을 포함해 새로운 투자자 유치, 자산유동화 등 다양한 방안이 열려 있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