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 3700억원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도 공모주 펀드는 563억원가량이 들어왔다. 연초 대어급 IPO가 좌절된 후 다소 자금이 빠져나가다가 최근 상장된 대부분의 공모주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자 다시 공모주에 간접투자를 하려는 수요가 많아진 것이다. 똑같이 공모주 물량 우선 배정 혜택이 있는 코스닥벤처펀드가 최근 코스닥 시장의 상승세로 수익률이 연초 이후 12.6%를 기록했지만, 오히려 한 달 만에 293억원이 빠져나간 것과 대조적인 성과다.
공모주 펀드는 우량기업의 IPO에 참여해 초과 수익을 추구하고, 공모에 참여하지 않는 기간에는 국공채 등에 투자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다. 보통 공모주는 증시 상승기에는 상장 첫날 주가 상승폭이 커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증시 하락기에는 공모가 자체가 낮아져 초과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수익을 꾸준히 거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대부분 채권혼합 형태로 이뤄져 증시 상승기에는 시장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얻기가 힘들지만 증시가 하락하거나 침체기에는 빛을 발한다. IPO 물량이 적은 기간에도 채권 투자로 수익률을 방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진 교보악사자산운용 채널영업본부장은 "지난해 말 국내외 증시가 급락하면서 주식형 펀드가 대거 손실이 나고 금리 향방도 불투명해 채권형 펀드도 안심할 수 없게 되자 안정적이고 정기예금 이상의 수익을 주는 공모주 펀드가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개별 공모주 펀드의 성과를 보면 3개월간 대부분 5% 미만의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자금 유입 속도는 긍정적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교보악사공모주하이일드플러스 펀드는 한 달 동안 444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지난해 12월 코스닥에 상장될 때 공모가는 1만5000원이었으나 최근엔 주가가 3만2000원을 넘보고 있는 에이비엘바이오 등에 투자하며 수익률을 올렸다. 공모주를 배정받은 후 상장 첫날에 매도해 수익을 실현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에이비엘바이오같이 주가 상승 모멘텀이 보이는 종목은 더 오래 보유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더 높인다. 공모주 비중은 9.4% 정도이며 포트폴리오 대부분을 차지하는 신용평가등급이 BBB+ 이하인 하이일드 채권 투자로 안정성을 강화했다. 이 밖에도 하이공모주플러스10 펀드에는 한 달간 358억원가량이 순유입됐고, DGB공모주플러스 펀드에는 423억원가량이 들어왔다. DGB공모주플러스 펀드는 국공채, 은행채 및 A- 이상 우량채권 등에 50% 이상 투자하며 이외에도 공모주, 스팩(SPAC), 유상증자 및 주식 관련 사채에 30% 이하를 투자해 추가 자본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다.
공모주 투자는 지난달 상장된 4개 기업이 높은 청약 경쟁률과 공모가를 훨씬 웃도는 주가를 기록하면서 또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셀리드, 에코프로비엠, 드림텍, 미래에셋벤처투자 4개 기업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670대1까지 치솟았다. 에코프로비엠과 셀리드는 희망 공모가 상단을 웃돌았고, 드림텍과 미래에셋벤처투자도 희망 공모가 상단을 기록했다.
공모주 투자에 집중하고 싶다면 단순 공모주 펀드보다는 공모주 하이일드 펀드나 코스닥벤처펀드가 유리한 편이다. 공모주 하이일드 펀드는 총 배정 물량의 10%, 코스닥벤처펀드는 20%가 우선 배정되지만 단순 공모주 펀드는 물량 혜택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공모주 하이일드 펀드는 하이일드 채권 비중이 4
코스닥벤처펀드 역시 코스닥 부침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움직인다는 단점이 있다. 코스닥벤처펀드는 공모주 편입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0월 코스닥 시장 급락으로 인해 설정 이후 20%가 넘는 손실을 기록하다가 최근에야 수익률이 거의 회복됐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