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창업자가 2년 만에 전 임직원에게 편지를 보냈다. 미래에셋대우 홍콩법인 글로벌 회장 겸 글로벌경영전략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작년 11월 중국 출장을 시작으로 전 세계를 돌며 투자 대상을 물색하는 한편 고객을 만나고 있었다.
마지막 출장지인 미국 뉴욕에서 25일 보낸 이번 편지에서는 월가에 서서히 드리우고 있는 경기침체(Recession)에 대한 우려감이 배어나왔다.
때마침 지난주 미국 채권시장에서는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며 글로벌 증시가 충격을 받기도 했다.
박 회장은 "우리는 10년 이상 글로벌 불 마켓(호황)을 경험하고 있다"며 "여러 기대감도 있지만 '위기는 미소 띤 얼굴로 찾아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잊지 말아야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항상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를 유지하시기 바란다"며 "고객의 입장에서, 그리고 글로벌 관점에서 현상을 보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미래에셋은 2006년 중국 상하이 푸둥 대형 빌딩(현 미래에셋상하이타워) 인수를 시작으로 2013년 호주 포시즌스 호텔, 올해 '중국의 우버' 디디추싱 등 다양한 지역과 분야에 대형 투자를 단행해 왔다. 국내 금융회사 가운데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박 회장은 위기 가능성에 대비하라는 경고와 함께 미래에셋의 해외 사업 확대에 대한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기회 또한 위기의 모습으로 올 때가 많다"며 "글로벌 관점에서 보면 향후 글로벌 금융상품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올해 일본에 진출하고, 중국과 인도의 비즈니스도 확대할 것"이라며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어 보겠다"고 밝혔다.
박 회장이 일본 시장 공략에 대한 의지를 내비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룹 관계자는 "구체적인 비즈니스 전략이 있는 것은 아니고, 앞으로 일본 시장에서도 적극적으로 보폭을 넓히자는 큰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은 중국에서 작년 말 사모펀드 운용사 자격을 획득하고, 인도에서는 운용자산이 급증하는 등 성공 스토리를 써 나가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해 국내 경영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해외 사업에만 전념한 결정에 대해 "쉽지만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최근 글로벌X(미국 ETF 운용사) 인수 이후 가장 잘한 결정이라 스스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략적인 사고를 갖고 좋은 회사를 만들어 후대 경영인들에게 글로벌 미래에셋을 물려줄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박 회장은 국내 부동산 시장에 대해 "글로벌 관점에서 보면 한국 부동산은 일부 청정지역을 제외하고는 우하향 선상에 진입한 것 같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박 회장은 글로벌 비즈니스에 맞는 그룹 문화 변화도 강조했다. 그는 "해외에 머물면서 나이나 성별이 아니라 능력과 경력을 존중하는 문화를 체감한다"며 "우리에겐 흔치 않은 50대 승무원, 나이 지긋한 호텔 서비스 스태프와 자주 마주친다. 좋은 사회의 단면"이라고 언급했다. 또 "임직원이 열정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글로벌 투자회사 미래에셋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미래에셋그룹의 미래를 고민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도 언급했다. 박 회장은 "더 고객 지향적인 미래에셋의 모습을 생각해 본다"며 "TF팀을 만들어 새로운 진화에 대해 토론해 보겠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은 박 회장이 글로벌 사업 총괄을 맡은 작년 이후 해외 사업을 빠른 속도로 확장해왔다.
작년에만 미국 하와이 포시즌스호텔과 영국 런던 트웬티올드베일리빌딩 인수 등에 성공했고, 세계 최대 드론 기업 DJI, '중국의 우버' 디디추싱, '동남아시아의 우버' 그랩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올해에도 한국 증권사 해외 부동산 투자 사상 가장 큰 규모인 1조원짜리 프랑스 파리 마중가타워 인수에 성공했다.
국내 투자와 관련해서도 박 회장은 "한국 벤처 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연면적 13만평의 판교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며 "국내외 관광객을 국내에 유치할 플랜을 만들어 고용을 창출하고 소비를 진작하기 위해 강원도와 남해안 개발에도 적극 나서려 한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은 2조원이 넘는 판교 알파돔 시티와 1조원 규모 여수 경도 리조트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강원도 홍천 블루마운틴 골프리조트도
박 회장은 이번 편지를 '뉴욕에서 여러분을 생각하며, 창업자 박현주'로 마무리지었다. 앞서 박 회장은 2017년 3월에도 6개월간의 해외 출장에서 돌아오면서 임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미국의 거세지는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경고와 함께 4차 산업혁명 관련 투자를 강조한 바 있다.
[조시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