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용평가는 26일 미디어 브리핑을 열고 '리스크 확대 속 증권사 대응능력 점검'을 주제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증권사 리스크 현황을 짚어봤다.
한신평에 따르면 최근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의 자본시장 규제완화 정책 효과 및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공급 등으로 양적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앞서 당국은 2013년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증권사들을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했고 이듬해에는 순자본비율 도입을 발표했다. 2016년 들어서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증권사에 발행어음, 종합투자계좌 업무 허용 등을 가능케 하는 초대형 IB 육성방안을 발표하면서 대부분의 대형사가 유상증자나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몸집을 키웠다.
다만 이 같은 정책이 증권사들의 리스크를 키웠다고 한신평은 지적했다. 당국은 자기자본 활용 증대 및 모험자본 투자를 늘리기 위해 자본적정성 지표를 영업용순자본비율에서 순자본비율로 변경했는데, 이에 따라 대형사를 위주로 증권사의 리스크 노출도가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실제 영업용순자본비율의 경우 질적위험 분석이 가능했지만 비율 유지를 위해서는 총위험액 단위보다 많은 순자본을 확보해야 해 영업에 제약이 존재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순자본비율은 위험흡수가 가능한 유휴자본규모를 측정하는 데만 주안점을 뒀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국내 증권사들의 평균 순자본비율은 606%다. 감독당국의 적기 시정 조치 기준인 100% 및 권고수준인 500% 보다 높은 수준이다.
반면 옛 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로 계산을 하면 평균은 226%로 권고수준인 300%를 밑돌고 있다. 상위 7개 증권사인 종금투사의 영업용순자본비율은 177%로 적기 시정 조치 기준인 150%에 근접했으며 일부 회사는 150%에도 못 미치고 있다.
김영훈 한국신용평가 선임애널리스트는 "과거 지표 기준으로는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권고 수준을 모두 하회하고 있다"면서 "현재 기준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표 변경에 따라 자본적정성이 달라지는 것은 리스크에 대해 추가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한신평은 증권사들의 총 위험액 변동율과 자본 변동율을 비교 분석, 최근 5년간 증권사들의 자본 증가 속도보다 위험액 증가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실제 지난 5년 간 증권사들의 자본 규모는 47% 증가한 반면 총 위험액 규모는 205% 급증했다. 위험액 중에서도 신용위험액이 무려 5.4배 가량 늘어난 영향이 컸다.
김 애널리스트는 "금융당국의 증권사 대형화 정책에 따라 대형사의 시장지배력은 높아졌지만 동시에 신용위험액 증가 역시 대형사에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났다"면서 "신용위험액은 주로 우발부채와 대출채권 등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출채권을 취급할 수 있는 증권사는 대형사 등 종금투사로 한정된다.
한신평은 금융위기와 같은 상황을 가정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중소형사 대비 대형사들의 위험도가 더 크게 나타났다고 부연했다. 자본의 확충보다도 위험액이 더 빨리 늘어났기 때문에 대형사일수록 손실규모가 크게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해당 테스트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대비 예상손실액 평균치는 27%였으나 상위 7개 증권사 평균치는 30%를 기록해 업계 평균보다 높았다. 초대형 IB 중에서는 NH투자증권(36%), 한국투자증권(35%)이 가장 손실이 컸고 신한금융투자(36%)도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NH와 한투의 예상손실액이 크게 책정됐는데 이 두 증권사는 공교롭게도 현재 발행어음을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면서 "신한금투의 경우 예전에는 우발부채를 취급하지 않았으나 최근 빠르게 우발부채를 늘리면서 현재 예상손실액이 매우 상승, 건전성 저하에 우려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물론 이번 분석은 신용보강과 LTV 정보 등 개별 약정 및 대출의 위험성을 완화하는 내역을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면서 "대형사들의 경우 다양한 사업포트폴리오를 보유한 만큼 이 같은 내역을 반영하면 실제 위험은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사 가운데 메리츠종금증권 역시 33%로 평균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우발부채 규모가 6조원으로 전체 증권사 가운데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종금업 라이선스가 만료되는 내년 4월 이후에는 사업구조 변화가 예상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중형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대형사 대비 예상손실액 비율이 낮게 나타났다. 중형사의 자기자본 대비 예상손실액 비율 평균은 24%로, 최근 IB 분야를 확대한 하나금융투자가 30% 수준으로 높았고 펀드 투자 비중이 높은 유진투자증권(34%), 자체 헤지 주가연계증권(ELS)가 늘어난 SK증권(30%)의 손실예상액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하나금투는 종금투사 인가 이후 대출금 확대 등으로 예상손실액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소형사
[디지털뉴스국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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