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경가 정재윤 씨 [매경DB] |
연 평균 추산 방문객만 2000만명에 달하는 AOS가 지난 3년 반 동안의 리노베이션 공사를 마치고 지난 1월 31일 재개장했다. AOS 리노베이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가장 역점을 둔 것으로 알려진 ‘빅토리아 하버 워터프론트 프로젝트(Victoria Harbour Waterfront Project)’를 총괄한 이는 한국인 정재윤 씨로, 2017년 12월 AOS에서 오픈한 솔즈베리가든(Salisbury Garden)도 그의 작품이다.
◆홍콩 빅토리아 하버 워터프론트 프로젝트 총괄한 한국 조경가
고려대 원예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 디자인대학원에서 조경학 석사학위를 받은 정씨는 2004년부터 미국 뉴욕에 있는 도시·조경 디자인 전문 사무소인 필드 오퍼레이션스(Field Operations)에서 일하고 있다. 이번 ‘빅토리아 하버 워터프론트 프로젝트’는 2012년 발주처인 홍콩 뉴월드 그룹의 국제 초청 설계 공모에 당선되면서 시작하게 됐다.
매경비즈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정씨는 “설계공모 단계부터 설계팀을 총괄 대표했으며, 2016년부터는 프로젝트 전체의 진행을 맡고 설계팀 전체를 대표하는 역할을 병행했다”며 “설계부터 완공까지 장장 6년 반 동안 이 프로젝트에 매달려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전의 AOS도 홍콩 영화인들의 핸드프린트와 홍콩 스카이라인의 풍광을 즐길 수 명소였지만, 편의시설이 적어 공공장소로서는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면서 “무엇보다 노후된 교량 구조의 재개발이 시급한 상황이었다”고 반추했다.
또한 “AOS 및 주변을 1980~90년대 홍콩 문화의 낭만을 되살리고, 이곳 자체의 경이로운 풍광과 세계적인 항구도시 홍콩에 부합하는 현대적인 워터 프론트의 구현을 목표로 설계 작업에 돌입했다”고 덧붙했다.
식물 소재의 종류와 위치를 정하는 식재설계가 조경의 전부라는 인식에 대한 아쉬움도 숨기지 않았다. 국내는 물론 미국의 조경가들 사이에서 ‘조경(Landscape)’이란 단어에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단순 해석만으로 능력과 실력을 저평가는 조경가도 부지기수라고 그는 말한다.
◆“조경은 인간과 자연환경을 동시에 기반한 유일한 학문”
“조경가들은 식재설계 이외에도 정지·정토·포장, 구조물 및 시설물 설계를 담당하고 있으며, 생태학·인문학·철학·미학뿐만 아니라 인간과 건축과 도시에 대한 이해가 깊은 전문가들입니다.”
정재윤 씨는 “조경(Landscape Architecture)은 인간과 인간이 만든 환경, 자연환경에 동시에 기반하는 유일한 학문이자 디자인 실무라고 생각한다”며 “주어진 공간과 사회가 가지는 복합성과 그 가능성을 연구하고 창의적이고 다양하며, 유연한 해답으로 풀어나갈 수 있도록 훈련된 사람들이 조경가”라고 강조했다.
↑ 정재윤씨가 설계한 빅토리아 하버 프론트 조경시설 모습 [사진제공 = 정재윤] |
최근까지 홍콩을 포함한 아시아에서 이뤄진 대부분의 도시계획 및 개발 프로젝트들의 대부분은 건물 위주로 진행됐다. 외부공간·공공 공간들은 종종 건물들 사이의 잉여공간으로 취급돼 법규에 의해 요구되는 수량 맞추기에 급급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다 보니 시간과 노력과 자본의 투자가 제한적이고, 기대치가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색 없는 공공 공간들의 상당수가 이런 과정을 통해 조성됐다.
정 씨는 “솔즈베리가든(Salisbury Garden)과 AOS를 포함한 빅토리아 하버 워터프론트 프로젝트는 사업 자체가 독특했고, 고품질의 공공영역 조성을 목표로 막대한 관심과 투자, 설계 및 프로그래밍이 집중된 완전히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자 했다”면서 “이같이 명확한 방향성은 이용자들에게 더 쉽고 안전한 접근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나이·성별·국적에 상관없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볼거리를, 더 나은 환경에서 즐길 수 있는, 한 차원 높은 빅토리아 하버 워터프론트로 재탄생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훌륭한 공공공간의 기본은 거주민의 삶을 기반으로 해야”
물론 프로젝트의 모든 수행 과정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빅토리아 하버 워터프론트 프로젝트도 어김없이 모든 공공공간 프로젝트의 공통적인 중요 과정 중 하나인 ‘공공절차(Public Process)’를 거쳐야 했다.
공공공간 조성에 관련된 지역 정부와 공공기관, 주변 토지 및 건물 소유주, 이용자들을 모두 만나고 각각의 의견을 수렴해 설계에 반영하는 작업은 꽤나 고강도의 인내를 필요로 한다. 경제 논리를 앞세운 전면 철거나 재개발 제안 등이 한 시대의 모습을 원형 그대로 복원·보존해야 한다는 과거에 대한 집착과 매순간 부딪히기 때문이다.
그는 “공공공간 설계는 어떤 소수 이익집단의 의견만을 들어서는 안된다. 설계자는 최대한 중립적인 위치에서 극단적인 의견에서 치우치지 않고, 장소의 특성을 지키면서 현대적인 공공공간으로서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설계를 만들어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이해하고 수렴하는 과정은 쉽지 않지만, 긍정적인 시너지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할 절차”라고 설명했다.
“공공공간은 여행·방문객에겐 첫인상이자 도시 이미지로 각인된다. 도시의 거주민에겐 삶 그 자체다.”
마지막으로 좋은 공공공간에 대해 묻자 정재윤 씨는 “훌륭한 공공공간은 훌륭한 도시의 필요조건이며, 공공공간의 수준에 따라 도시의 수준이 결정된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궁극적으로 공공 공간들을 통해 그 도시가 어떻게 경험되는지가 결정되고 평가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좋은 공공공간은 그 공간을 둘러싸고 있는 건물, 가로(街路), 워터프론트 등 물리적인 구성요소와 잘 어울리기 마련”이라며 “기후적
정재윤 씨는 현재 싱가포르, 오사카, 미국 뉴욕, 워싱턴DC에서 각각 1개씩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조성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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