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홍 S&P 이사는 4일 'S&P 미디어 라운드테이블'에서 소득주도성장 등 정부 정책이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수출 기업에는 큰 영향이 없겠지만, 내수 기반 기업은 직간접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공기업은 관련이 많다"고 밝혔다. 소득주도성장이 취지와는 달리 인건비 증가 등으로 인해 오히려 내수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이사가 꼽은 국내 내수 기반 기업과 공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은 에너지 정책과 통신료 인하 정책이다. 그는 "한국전력은 발전 원가 상승에도 원전 가동률 저하, 신에너지 정책 등이 가격에 반영되지 않아 수익성이 많이 떨어지고 차입금은 늘어났다"며 "정부 에너지 정책이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이사는 "전력 생산원가는 올라가는데 판매가격에 어떻게 반영할지가 불확실하다"며 "과거 쌓아놓은 체력으로 버티고 있지만 장기화하면 한전 체력도 약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신업계에 대해서도 박 이사는 "요금 인하 효과가 실적에 계속 영향을 주고 있다. 이는 SK텔레콤 등급 전망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박 이사는 국내 기업들이 성장을 위한 투자 비중을 높이고 있는 만큼 재무안정성을 염두에 둔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 기업들의 실적 개선세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전자, 정보기술(IT), 정유화학, 철강 등 더 나아질 것 같은 산업은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또 S&P는 차입금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회사들이 많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투자 확대를 이어가고, 이 과정에서 차입금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국제 신용등급을 보유한 국내 기업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철강, 정유화학, 자동차 등 수출 주도형이 대부분이다. 글로벌 환경 및 주력 상품 수요 개선 전망이 긍정적이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성장을 위해 투자 비중을 높일 때 재무안정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기업에 대한 전망도 내놨다. 박 이사는 삼성전자에 대해 "반도체는 지난해에 워낙 좋아서 기저효과가 있다. 최근 수요 하락에 따른 판매가격 하락으로 상반기에는 상당히 부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디스플레이 패널도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 올해 전망에 대해 박 이사는 "미국, 중국 등 핵심 시장에서 제품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개선하느냐가 변수"라고 말했다. LG전자에 대해서는 "스마트폰 적자가 지속되고 있고, 적자 폭도 줄지 않고 있다. 단기간에 흑자 전환은 쉽지 않아 보인다"며 "5G 신규 제품으로 경쟁력을 회복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주주행동주의 강화에 대해서는 '신용도' 관점에서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박 이사는 "재무 자산을 주주에게
국내 기업들의 전반적 전망에 대해서는 신용도가 개선될 여지가 크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용도를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투자 전략에서 재무안정성의 밸런스를 맞춰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석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