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4월 3일(08:57)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상장을 준비하던 벤처캐피탈(VC)들이 증시 입성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 원하는 수준의 기업가치를 받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동종업계 상장사들의 주가 흐름이 부진한 점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네오플럭스와 KTB네트워크는 올해 상반기로 예정됐던 IPO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네오플럭스는 지난달 25일 상장 예비심사를 자진 철회했으며, KTB네트워크는 지난해 11월 상장심사 승인을 받았으나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IB 업계 관계자는 "VC들이 전반적으로 상장 시기를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IPO에 나서기엔 이득이 크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벤처캐피탈 상장은 지난해까지 시장의 대세 중 하나였다. 정부가 혁신기업 육성을 위해 발벗고 나서면서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정책자금이 투입될 경우 초기시장 유동성이 확대되고, VC 입장에서는 새로운 펀드를 보다 쉽게 조성할 수 있게 된다. 10곳에 달하는 VC가 상장 주간사를 뽑으며 외연 확장에 나선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였다.
상황이 뒤바뀐 건 상장 시 기업가치(밸류에이션)가 낮아진 까닭이 크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VC 업종을 보수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발행사들이 주가수익비율(PER)을 높게 책정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작년 3월 증시에 입성한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는 PER 36배를 적용한 반면, 지난달 코스닥에 상장한 미래에셋벤처투자의 PER은 10.4배에 불과했다.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시장상황이 좋지 않아 몸값 욕심을 낮추지 않으면 상장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재 IPO 시장 밸류에이션으로는 VC 입장에서도 상장해도 남는 게 없다" 고 말했다.
앞서 상장한 동종업계의 주가가 부진한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와 SV인베스트먼트, 나우아이비캐피탈, 아주IB투자 등 대다수 기업들의 주가는 상장 이후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눈높이를 낮춰 입성한 미래에셋벤처투자의 주가(6800원·3일
업계에서는 고평가됐던 VC들의 공모 가격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 보고 있다. 한 벤처캐피탈 대표는 "VC들이 정책 테마주로 주목받으면서 실제가치 이상의 몸값을 받아왔다"며 "이 같은 거품이 꺼지는 단계로 접어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우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