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감정원 노조가 정부 공시제도 비판한 교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건과 관련 정치권이 앞다퉈 논평을 내 의아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민주평화당이 지난 11일 홍성문 대변인 논평을 먼저 냈고, 그 뒤를 이어 자유한국당이 12일 김현아 원내대변인 이름으로 논평을 내며 상황이 점입가경(?)이다.
12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한국감정원 노조는 지난 2일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정 교수는 그동안 "표준주택 가격을 산정할 때 감정평가사가 아닌 비전문가가 수행해서 오류가 많다"는 논조로 최근 1년간 38차례에 걸쳐 언론을 통해 감정원 노동자 비하발언을 해왔다는 주장이다.
정 교수는 아시아부동산학회 사무총장, 한국감정평가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감정원 노조 관계자는 "정 교수에게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으나 답변이 없어 법적 대응에 나섰다"고 입장을 설명했고, 정 교수는 "학자로서 전문 분야의 연구를 했고 엄연히 학문의 자유가 있는데 학술 세미나, 해외발표에서 했던 발언을 놓고 공공기관에서 사과를 요구하고 소송까지 가다니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번 공기업 노조와 학자 간의 소송이 엉뚱하게도 정치권으로 불이 옮았다. 민주평화당이 지난 11일 홍성문 대변인을 통해 "이는 MB 정부 당시 4대강 사업을 비판한 학자를 한국수자원공사 4대강사업본부장이 고소했던 것과 다를 게 없다"며 "학자 입에 재갈 물리는 문재인 정부, MB 정부와 다를 게 무엇인가"라는 논평을 낸 것.
홍 대변인은 "잘못된 정부 정책에 대한 반성은커녕 자기 양심에 따라 정부를 비판하는 학자의 입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행태에 민주평화당은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민주평화당은 문재인 정부가 학자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를 즉시 중단하고 고소·고발이 진행된 경위를 조사한 후 관련 책임자를 문책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다음 날인 12일에는 자유한국당도 가세했다. 김현아 자한당 원내대변인은 "한국감정원(鑑定院)은 분노조절이 안되는 감정원(感情院)인가"라며 "감정원은 청와대와 국토부의 코드에 맞춰 앞잡이 노릇을 본격적으로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감정원의 주먹구구식 불투명한 공시가격 산정에 대해 국민은 크게 불신하고 분노하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며 "감정원이 떳떳하다면 노조 뒤에 숨지 말고 정당하고 합리적인 지적에 대해 사실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출처 = 한국감정원 노조] |
민평당이 이번 고소 주체가 문재인 정부나 집권여당, 한국감정원 사측이 아닌 감정원 노조임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정권 혹은 집권여당 지시로 움직이는 허울뿐인 노조로 취급한 것을 "심각한 모욕"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금융노동조합 성명서에는 "민평당 논평대로 정 교수 주장이 '자기 양심에 따른 비판'이라면 우리는 충분히 소통할 의지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정 교수가 현재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한국감정평가학회는 민간평가법인 회원사의 이익을 위해 감정원을 적대시해 온 한국감정평가사협회와 매우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는 단체"라고 근거를 제시했다
또한 "조합원들이 당한 모욕감을 씻기 위해 시작한 노동조합의 정당한 법적투쟁을 비하한 민평당의 행태야말로 자신들의 정치 싸움에 금융노동자를 이용하려는 비열한 작태"라고 비난하며 논평의 즉각 취소와 전후 관계에 대한 책임있는 해명, 사과를 요구했다.
[디지털뉴스국 이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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