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저배당·무배당 상장사를 대상으로 재무제표 승인 의안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는데 올해는 9개 기업이 타깃이 됐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저배당을 지목한 10개 상장사 중 7개사가 올해 배당금을 큰 폭으로 개선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기업의 배당 정책 변화를 투자 기회로 활용해 볼 만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국회 김승희 의원이 국민연금으로부터 제출받은 '의결권 행사 현황'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과소 배당으로 재무제표 승인을 거절한 상장사는 넷마블, 이오테크닉스, 대양전기공업, 씨에스홀딩스, SBS미디어홀딩스, 심팩, S&TC, 광주신세계, 남양유업 등 9개사로 나타났다. 지난해 주당 배당금을 2배 이상 올린 광주신세계를 제외하고는 최근 3년간 배당정책에 변화가 없거나 되레 배당금을 줄여온 기업이다.
배당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라면 국민연금이 지목한 과소 배당 기업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저배당을 지적한 상장사는 올해 배당을 크게 늘렸다. 현대그린푸드, 현대리바트, 광주신세계, 한국공항 등 4개사는 주당 배당금을 전년 대비 2배 이상 올렸고, 원익IPS, 휴온스, 케이씨 등도 배당금을 소폭 상향 조정했다.
배당 정책에 변화를 보이지 않았던 남양유업, S&TC, 대양전기공업 등 3개사는 결국 올해 주총에서도 과소 배당 기업으로 지목당하며 지속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
국민연금의 저배당 기업 관리 프로세스를 감안하면 3년 연속 저배당 기업으로 꼽힐 경우 공개 전환 대상 기업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은 3개년에 걸쳐 무배당·저배당 상장사를 관리한다. 1년 차에는 기업과 비공개 대화를 진행하고 개선이 없을 경우 비공개 중점관리기업(2년 차)으로 선정한다. 3년 차부터는 공개 전환해 관리하는데 지난해 처음으로 남양유업과 현대그린푸드가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이 중 현대그린푸드는 지난해 70억원이던 배당금 지급 총액을 올해 183억원으로 늘렸다.
과거 주주총회에서 과소배당을 지적받은 이력이 있다면 국민연금의 배당 압박 수위가 그만큼 커지는 셈이다. 지금까지 한 번도 배당을 하지 않은 대양전기공업은 올해를 포함해 세 차례 국민연금으로부터 저배당을 지적받았다. 주당 0.03주의 현물배당을 2년째 고집하고 있는 S&TC도 올해까지 2년 연속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 행사에 직면했다.
국민연금으로부터 공개적인 배당 확대 요구를 받고 있는 남양유업 역시 4년 연속 주총에서 저배당 정책이 문제시됐다.
기업과의 대화 등을 통해 국민연금이 상시 배당 압박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 처음 과소배당을 지적받은 기업 역시 배당 정책의 개선을 가져갈 가능성이 있다.
넷마블은 2017년 결산을 통해 360원의 주당 배당금을 지급했지만 올해는 현금 배당을 실시하지 않는다. 이오테크닉스(200원→100원), 심팩(80원→60원) 역시 올해 주당 배당금이 줄어든 상태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고배당주뿐만 아니라 배당모멘텀(배당을 높일 종목군), 배당성향 상위 팩터 등이 모두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정부 스탠스 등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 배당성향이 낮아질 종목군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는 가정을 하고, 국민연금 지분 비중이 높고 배당성향이 낮은 증익 종목군은 현재 장세에 매우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국민연금 외 다른 기관투자가들의 배당 확대 압박 여부 역시 확인해볼 만한 사항이다.
광주신세계는 KB자산운용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으로부터 저배당 문제를 지적받았고, 이오테크닉스 역시 하이자산운용과 트러스톤자산운용이 과소배당 문제를 제기했다. 대양전기공업과 심팩은 각각 메리츠자산운용과 하이자산운용이 배당정책을 문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기관투자가들 요구가 우선 배당 확대에 집중되고 있는 데다, 주주서한, 면담 요청 등으로 연중 상시 진행된다는 점에서 상장사가 받는 압박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복수의 기관투자가들이 주목하고 있는 저배당 기업에 투자자들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