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 리서치센터장과 이코노미스트 등은 대체로 오는 하반기부터 국내 기업이익이 반도체 업종을 필두로 개선되고 이에 따라 코스피도 상승 기조를 보인다고 기대했지만 미·중 무역협상이 무산될 경우 코스피 2000 붕괴도 감수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현재 코스피 수준은 협상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타결된다는 기대가 반영된 만큼, 협상이 무산될 경우 시장 충격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박정준 JP모건 리서치센터 수석본부장은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올해 코스피 상단을 2300선으로 제시했다. 하단은 2000선으로 박스권을 전망했다. 박 수석본부장은 "코스피 상승 여력을 계산할 때 밸류에이션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이는 결국 이익에 대한 비전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며 "코스피는 이익 감소 수준을 생각하면 박스권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박 수석본부장은 "국내 기업이익의 회복 시점은 하반기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매출 증가가 나타나더라도 시장의 기대만큼 상승세가 나타나진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반도체 가격 하락이 잡히는 시기는 내년 1분기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창원 노무라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정 센터장은 "최근 국내 증시의 방향은 반도체 사이클이 쥐고 있다. 반도체 업황이 전년보다 부진한 것이 국내 증시의 핵심 변수"라며 "반도체 업황은 이익과 가격 모두 3분기가 저점을 찍고 그 이후부터는 방향을 바꿀 것으로 전망한다. 코스피도 3분기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2020년까지 상승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최근 국내 증시가 2016년의 데자뷔일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2016년 당시에도 경기침체 위험이 있었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중단과 중국 경기부양책 등으로 탄력을 받았던 것을 감안하면, 최근 매크로 환경 개선 속에서 반도체 업종이 바닥을 찍고 돌아서면 한국 증시도 반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중 무역협상에서 이상 기류가 흐르는 점은 불안 요소로 지적됐다. 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협상 진척이 느리다며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추가 인상을 언급했으며, 월스트리트저널은 한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측에서 무역협상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CNBC 역시 중국이 미국 방문단 파견 계획을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정 센터장은 "미·중 무역협상이 이뤄진다는 전제로 기업 투자 등이 이미 진행됐다. 만약 협상이 이뤄지지 않고 관세가 부과된다면 물품 가격이 오르고, 글로벌 제품 수요가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코스피 2200은 무역협상이 이뤄진다는 기대감이 크게 반영된 수치로 보고 있다. 만약 협상이 실제로 무산된다면 코스피가 연저점 수준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진단했다. 코스피 2000이 붕괴될 수 있다는 얘기다. 박 수석본부장 역시 "협상 타결에 실패할 경우 전 세계적으로 제품 가격 상승과 소비 위축이 일어날 수 있다"며 "한국 증시 역시 단기적으로는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박 수석본부장은 장기적으로는 한국 시장이 무역협상의 흐름에 따라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 제조회사들은 중국에서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등으로 이미 공장을 많이 옮겼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국은 펀더멘털이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SBC는 2분기부터 반도체 수출 실적 반등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가격은 2분기까지 하락세를 유지하지만, 수출 물량이 늘어나며 전반적인 숫자는 개선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HSBC는 최근 무역 조건이 악화된 만큼 국내 수출이 반등에 성공하더라도 2018년과 2017년에 거둔 성과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전망했다.
제임스 리 HSBC 한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무역 보고서가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메시지는 두 가지다. 2월 이후 반도체 반등이 2분기에도 이어진다는 것과 무역 흑자는 소폭에 그쳤다는 것"이라며 "올해 네 달간 월평균 무역 흑자는 44억달러를 기록했다. 2018년에 기록한 58억달러와 2017년의 79억달러에 비해서는 확연히 줄어든 수치"라고 밝혔다.
한편 외국계 증권사들은
[정슬기 기자 / 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