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이후 총 11건의 스팩이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4건) 대비 2.5배 넘게 많은 규모다. 현재 이베스트이안기업인수목적1호, 신영스팩5호, 신한제5호스팩, 케이비제18호스팩 등이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스팩은 비상장기업(코넥스 상장사 포함)을 인수·합병(M&A)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특수목적회사다. 상장 이후 3년 내로 합병 대상 기업을 찾아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해산해야 한다. 스팩 설립 때 자본금을 투자한 발기인들이 합병기업 물색 등 후속 업무를 맡는다.
스팩 상장이 잇따르는 건 시장 수요가 풍부해서다. 증시 변동성이 크다 보니 직상장 대신 안정적인 스팩을 찾는 기업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스팩은 공모가가 고정돼 있어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를 확정하는 직상장에 비해 시장 등락의 영향을 덜 받는다. 남강욱 ACPC 부사장은 "많은 기업들이 공모가를 확정하고 들어가는 스팩의 장점에 주목하고 있다"며 "합병을 마친 기업들의 주가 흐름이 좋은 점도 문의가 잇따르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신규 상장 스팩이 역대 최다 수준에 근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규 상장 개수가 가장 많았던 시기는 45건을 쏟아낸 2015년이었다. 당시 비상장기업들의 기업공개(IPO) 수요가 급증하면서 스팩 시장이 수혜를 입었다.
스팩은 투자자에게도 '알토란' 같은 투자처로 평가받는다. 주가가 공모가(통상 2000원) 밑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드문 반면, 우량 회사와 합병 시에는 상승 동력도 갖추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스팩은 총 45건이다. 이 중 공모가를 밑돌고 있는 종목은 단 한 개도 없다.
주식시장에서 원금이 보장되는 유일한 종목이기도 하다. 스팩은 3년 안에 합병기업을 찾지 못하면 해산하는데, 해산 시에는 주주에게 원금뿐 아니라 3년치 이자까지 제공해야 한다. 스팩은 합병기업을 찾을 때까지 투자금의 90%가량을 한국증권금융에 넣어두며, 이 예치금의 금리는 1년 단위로 조정된다. 현재 대다수의 스팩들은 연 1.5% 수준의 금리를 보장하고 있다. 라이노스·리코·머스트자산운용 등 유수 헤지펀드 운용사와 고액자산가들이 스팩 투자에 꾸준히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손실 위험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투자한 스팩이 성장성이 뚜렷하지 않은 회사나 재무·사업이 부실하다고 판단되는 회사와 합병할 때다. 이럴 경우 투자자는 합병 전 장내매도,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등을 통해 보유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
증권사 입장에선 스팩에 관심 갖는 기업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직상장에 비해 수익성이 좋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통상 증권사는 스팩 주간 업무를 맡으며 발기인으로도 이름을 올린다. 인수 및 자문수수료뿐 아니라 자본이득까지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중소형 증권사들이 스팩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형사와 경쟁해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의 대형 딜을 따기 어려운 상황에서, 스팩 시장을 공략해 IPO 부문 실적을 쌓고 있는 것이다.
한 증권사 주식자본시장(ECM) 담당 임원은 "스팩의 경우 합병만 마쳐도 기본적으로 10억원을 벌고 들어가는 셈"이라며 "공모금액 대비 일정 퍼센트를 수수료로 챙기는 직상장에 비해 매력적인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스팩의 성공 조건은 합병할 만한 우량 회사를 찾는 것"이라며 "발기인으로 참여한 기관들의 투자 이력을 꼼꼼히 확인하고 편입을 결정하길 권한다"고 조언했다.
■ <용어 설명>
▷ 스팩(SPAC·Special Pur
[강우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