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이 18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외국인이 최근 반도체 사업 부진을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올 들어 3조원 넘게 순매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한국거래소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은 이날 57.36%를 기록했다. 이는 직전 최고치인 2001년 3월 말 57.3%를 18년2개월 만에 넘어선 수치다. 외국인은 삼성전자의 '어닝쇼크'에도 올 들어 순매수를 유지하고 있다. 올 들어 7일까지 3조431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에 6조233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작년 동기 대비 60.2%나 감소한 수치다. 증권가 컨센서스(7조1016억원)보다도 12.2% 낮게 나와 예상보다 반도체 사업 부진이 깊었다는 것을 실적으로 보여줬다. 반도체 사업은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V'자 반등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6조235억원으로 지난 1분기보다 더 떨어지지만 3분기 7조9067억원, 4분기 8조2801억원으로 하반기로 갈수록 증가세가 예상된다. 외국계 시각도 바뀌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이 50% 이상 감소할 것"이라면서도 "고사양 제품을 중심으로 반도체 수요가 점차 살아나고 있는 점은 유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 대한 외국계 자금 유입이 삼성전자에 대한 주식 매수로 이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화 약세에도 한국 등 아시아 지역 패시브 자금 유입으로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 순매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증권사들은 실적 악화에도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올리기도 했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을 통해 반도체 수요가 저점을 통과하며 2분기 바닥론이 힘을 얻고 있다"며 "최근 정보기술(IT) 고객사들의 재고 소진이 어느 정도 완료됨에 따라 수요도 곧
올 2분기가 반도체 '바닥'이란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외국인이 저점 매수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공급 조절 노력이 지속되고 있고 2분기부터는 모바일 D램과 낸드의 수요 회복도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