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8일 증권선물위원회를 열고 KB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안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KB증권은 다음주 열리는 금융위원회에서 안건이 최종 가결될 경우 곧바로 발행어음 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으면 자기자본의 200% 한도에서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현재 발행어음 사업자로 선정된 곳은 한국투자증권(2017년 11월)과 NH투자증권(2018년 5월) 두 곳으로 KB증권은 세 번째 인가 사업자가 될 전망이다.
최근 김성현 KB증권 사장(사진)은 매일경제와 만나 "발행어음 최종 인가가 나는 대로 그간 KB증권과 거래해온 기업들에 본격적으로 자금을 공급할 복안"이라고 말했다. KB증권은 오랜 기간 발행어음 인가를 대비해 기업과 유대관계를 맺어왔다. 특히 신용도가 다소 미흡해 시장 조달이 녹록지 않은 신용등급 BBB급 기업들에 새로운 자금 조달처로 떠오를 전망이다. 김 사장은 "매출처가 탄탄한 기업들의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다양한 형태의 자금 지원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발행어음은 KB증권 개인 고객에게도 기회다. 시중금리 대비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KB증권이 자체 신용으로 회사채를 조달할 경우 2% 미만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2.2%대 금리를 지급하는 발행어음 조달이 얼핏 보면 손해처럼 보일 수 있다"며 "그럼에도 리테일 고객에게 고금리 상품을 제공함과 동시에 더 큰 기업금융 자금 원천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승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발행어음 인가를 계기로 KB증권 IB는 사업 다각화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김 사장은 "채권발행시장(DCM)에서 KB증권이 지닌 우위를 주식발행시장(ECM)에까지 연결 지을 수 있도록 노력해왔고 실제 실적도 신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KB증권은 매일경제 레이더M 리그테이블 DCM 분야에서 2013년 이후 6년째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최강자다. 지난해 회사채 시장에서 LG화학(신용등급 AA+) 호텔롯데(AA0) 한화토탈(AA-) 등 초우량기업부터 포스코건설(A0) 현대건설기계(A-) 폴라리스쉬핑(BBB+) 등 A등급 이하 기업까지 KB증권을 통해 22조1798억원 규모 자금을 성공적으로 조달했다. 이 같은 DCM에서의 우위는 기업금융에서 우위로 연결된다.
KB증권은 지난해 레이더M 리그테이블 기업공개 분야에서 총 6곳, 2594억원 규모 상장을 이끌어내며 순위를 전년 8위에서 4위로 끌어올렸다. 올해도 SK매직 등 조 단위 시가총액이 기대되는 기업 상장 대표주간사를 맡아 ECM 분야에서도 한층 점유율을 높일 기회를 맞았다.
이 밖에 인수·합병 시장에서도 자금 공급을 확대한다. KB증권은 넥슨 인수에 도전하는 MBK파트너스에 2조원이 넘는 인수금융 지원 확약서를 발급해 지원사격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보열 KB금융
[한우람 기자 / 진영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