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거래가 급증한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 전경. [매경DB] |
고점 대비 수억 원씩 가격이 하락하면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을 주도했던 강남 재건축 아파트들이 최근 들어 거래가 크게 늘고, 가격도 소폭이나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7일 3기 신도시 등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신도시 지역이 강남권 수요를 흡수하는 데 부족해 보인다"는 기자들 질문에 "강남이 좋습니까"라고 반문해 회자가 됐는데, 공교롭게도 그날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방배그랑자이'가 1순위 마감했고, 최근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마저 거래가 활발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거래도 물꼬가 트이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가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강남구 압구정동에서는 지난 두 달 새 20건 넘게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신고된 거래만 17건인데,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아직 신고되지 않은 것까지 합치면 20건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9·13 부동산대책 발표 후 3개월간 압구정동에서 아파트 거래는 16건에 불과했으나, 올해 1분기에는 이보다 40%가량 늘어난 23건이 이미 신고가 완료됐다. 4월 신고된 거래까지 합치면 4개월간 거래 신고 건수는 30건에 이른다.
강남구의 대표 재건축 아파트로 꼽히는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3월에만 거래 13건이 신고됐고, 인근 한보미도는 1월 3건, 2월 1건에 불과하던 거래가 3월 들어 7건으로 확 늘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는 3월 이후 14건이 신고됐다. 1월과 2월 각각 5건에 불과하던 것과 비교하면 3배가 늘어난 셈이다.
각종 규제에 심의 지연까지 겹쳐 악재를 만났다고 평가되는 재건축 거래는 왜 갑자기 급증했을까.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는 서울의 핵심 입지 아파트는 오른다'는 믿음과 고점 대비 수억 원 낮은 현재 가격이 투자자들로 하여금 목돈을 꺼내게 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압구정동 신현대 전용 170㎡는 작년 39억원대에 거래됐다가 올해 초 34억원대까지 가격이 떨어졌지만, 3월 36억5000만원으로 실거래가격이 회복됐다. 현재 회복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고점 대비 3억원 가까이 가격이 낮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역시 전용 76㎡가 작년 9월 18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올해 1월 14억원까지 빠졌고, 이후 15억원대를 회복했다.
결국 저점 터널을 지나 회복하는 단계에서 사람들이 '가격 메리트가 있다'고 판단해 매수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 특히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들은 가장 좋은 입지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연식이 30년을 넘어 40년도 더 된 곳이 많지만, 당시 이들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인근에 역과 상권, 학군 등이 형성됐고 이 때문에 가장 좋은 입지를 선점하고 있는 것. 서울 부동산 시장이 현재 규제 등으로 잠시 주춤하지만 강남 등 핵심지에 있는 아파트는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수밖에 없다는 믿음에 시중의 유동성이 다시 재건축으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강남 재건축은 투자하려는 대기 수요가 항상 있고, 이들은 저점 매수 기회만 보고 있다. 지금이 바닥이라는 심리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가격이나 거래량이 이전처럼 드라마틱하게 오르긴 어렵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과거처럼 '갭투자'나 '단타투자' 개념으로 접근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와 서울시가 집값 폭등을 우려해 재건축을 어지간하면 지연시키려고 하고 있기 때문.
재작년 8·2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서울 재건축 아파트들의 서울시 심의는 사실상 '올스톱'됐다. '은마아파트'와 '잠실주공
[박인혜 기자 / 추동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