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식형펀드 자금 엑소더스 ◆
주식형 펀드에 몰리는 환매 요구는 결국 주가를 떨어뜨려 펀드 수익률을 다시 악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식형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로서는 요즘처럼 환매 요구가 동시다발적으로 들어올 경우엔 보유 주식을 팔아 환매 대금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 평상시에는 펀드가 보유하고 있는 유동성 안에서 환매 대금을 마련할 수 있지만 최근처럼 대량의 자금 엑소더스에는 울며 겨자 먹기로 유망 종목까지 팔아서 고객들에게 돈을 돌려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기관들의 매도세 중 한 부분은 투신사들이 펀드 환매에 대응하기 위해 주식을 파는 부분도 있다"며 "한국의 투신사들 중 상당수가 싼값에 주식을 사는 가치투자를 지향하지만 지금처럼 환매 요구가 몰리면 싼값에 주식을 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환매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일단 향후 주식 상승률이 가장 낮을 것 같은 종목을 우선적으로 팔아 돈을 마련하기는 하지만 오래 고민하고 엄선한 종목들을 팔 때는 아쉬운 것이 사실"이라며 "좋은 종목을 발견하더라도 돈이 안 들어와 담을 수 없고, 있는 종목도 팔아야 하니 장기적인 수익률에 손해가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13일 코스피가 1.38% 급락하며 2100선 아래로 주저앉았는데 또다시 기관의 매도세가 지수 하락을 견인했다. 기관은 이날도 1306억원을 순매도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은 이달 들어 10일을 제외하고는 계속 순매도를 이어가며 총 1조3995억원에 달하는 순매도를 기록했다. 특히 7일과 9일 각각 4787억원과 6465억원에 달하는 순매도를 기록하며 시장에 충격을 줬다.
외국인도 같은 기간 코스피에서 4212억원을 순매도했다. 꾸준히 매수세를 보였던 지난달과는 다른 분위기다. 지난달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2조3921억원을 순매수했으며, 순매도를 기록한 날은 5거래일에 불과했다.
기관과 외국인들의 매도세에는 미·중 무역협상을 둘러싼 불안감도 작용하고 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미·중 무역협상 등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며 회의적인 분위기가 늘었고 코스피도 조정 국면으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완화적으로 돌아선 만큼 지난 1월처럼 2000선이 깨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미·중 협상이 파국으로 간다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주 미국이 결국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올리고, 양국 간 협상 역시 뚜렷한 성과 없이 마무리되면서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코스피는 미·중 무역협상의 분위기가 악화된 이후 지난 5거래일 동안 5% 넘게 하락했다.
이 경우 수출주의 실적 역시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고 코스피도 하락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김제림 기자 / 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