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씨티·SC제일은행은 최근 대출 가산금리 산정체계 내부 통제가 미흡하다며 2~3건씩 경영유의 통보를 받았다. 앞서 지난달에는 NH농협은행과 IBK기업은행 등 8개 특수은행도 경영유의 조치를 받았다. 이번 통보는 금감원이 지난해 상반기 실시한 대출금리 산정체계 적정성 점검 결과와 은행별 구체적 문제 사례를 담고 있다. 경영유의는 기관이나 임직원에 대한 제재가 가해지지 않는 행정지도 성격을 띠는 조치다.
시중은행들은 올해 1월 발표된 '은행권 대출금리 산정체계 개선 방안' 등에 따라 시정 조치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인데, 향후 당국은 은행법 시행령과 감독규정 개정을 통해 적극적인 행정 제재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은행별로 구체적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했다. KEB하나은행은 가산금리 산정 주요 항목인 리스크 및 신용 프리미엄 산정 절차에 '일관성이 결여돼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금감원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2015~2016년 시장금리가 하락했던 시기에 오히려 은행 내 유동성 확보를 목적으로 리스크 프리미엄(은행 조달금리에서 기준금리를 뺀 값)을 인상했다. 신용 프리미엄(차주 신용등급과 담보 등에 따른 예상 손실 비용)을 산정할 때도 일부 기업대출 금리만 인하하고, 가계대출 인하 여부는 검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 과정에서 내부 심사위원회를 열지 않고 부서장 회의나 임원 전결만으로 결정해 심사 절차를 소홀히 한 점이 지적됐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고객 개인별 리스크 특성을 반영하지 않고 과거 유사 상품의 금리와 시장 상황을 토대로 최종 금리로 결정한 점, KB국민은행은 가산금리 항목인 목표이익률과 관련해 경영 목표와는 관계 없는 지표인 고객 우대금리 평균값을 가산한 점을 각각 지적받았다. 씨티은행은 매월 1회 이상 검토하도록 정한 유동성 프리미엄(유동성 리스크 관리 비용)을 2015년 1월 이후 4년 넘게 바꾸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선 영업점 은행원의 실수나 고의로 고객에게 부당 금리를 더 청구한 사례도 있었다.
소비자가 대출 만기를 연장하거나 금리 인하를 요구했을 때 금리 인하 여지가 있었는데도 은행이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고객에게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사례 등도 공통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 같은 금감원 조치가 시장 가격에 과도하게 개입했다고 지적한다.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과도한 규제 탓에 금융사 수익성과 주식 가치가 오르지 못하는 상황을 자초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금융소비자 보호와 정보 공개가 새 화두로 떠오른 만큼 금리 규제는 당분간 강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 입법예고 중인 은행업 감독규정이 다음달부터 개정 시행되면 고객이 금리 인하 요구 처리 결과와 사유를 통보받는 등 전보다 운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가산금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아예 은행 관점에서 고객 관점으로 체계를 대대적으로 개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규복 금융연구원 중소서민금융연구실 연구위원은 "소비자 신용등급·담보가치·직업 등을 기준으로 금리산정 내역을 공시하는 체계가
■ <용어 설명>
▷ 가산금리 : 대출금리는 기준금리, 가산금리, 조정금리를 반영해 결정된다. 가산금리는 은행의 업무 원가와 각종 리스크, 목표이익률 등을 반영해 정해진다. 가산금리에는 은행이 목표로 하는 예대마진 수익성과 부담해야 하는 각종 비용이 포함된다.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