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기 신도시를 통해 모두 561만㎡에 이르는 자족시설용지를 공급하기로 하면서 공급과잉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직 2기 신도시에도 처분하지 못한 자족시설용지가 남았는데 또 물량 폭탄이 터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27일 LH에 따르면 2기 신도시 8곳(판교·동탄·동탄2·김포 한강·파주 운정·양주 옥정·평택 고덕·위례)에 미분양이 났거나 공급 일정을 세우지 못한 자족시설용지가 72만1000㎡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8곳에 계획된 자족시설용지 329만5000㎡ 중 21.9%에 이른다.
양주 옥정지구는 계획된 22만3000㎡ 중 1000㎡만 주인을 찾았다. 3만2000㎡는 공개입찰 등을 통해 시장에 나왔지만 아직 표류 중이고, 19만㎡는 계획이 잡히지도 않았다. 김포 한강신도시도 40만8000㎡에 이르는 자족시설용지 중 23만㎡만 기업체에 팔렸다. 17만8000㎡는 수차례 유찰되며 미분양 용지로 남아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3기 신도시를 통해 경기도에 총 561만㎡ 규모 자족시설용지가 또 들어선다. 140만㎡를 만드는 남양주 왕숙과 135만㎡인 고양 창릉의 면적이 가장 넓다. 3개 테크노밸리가 조성됐거나 진행 중인 판교(167만㎡)의 3.36배나 되는 면적이다.
이미 공급과잉 때문에 난리가 난 경기도권에는 '엎친 데 덮친 격'인 셈이다. 신도시 자족용지 외에 경기도에선 7곳(판교2·판교3·광명·일산·구리 등)에서 대규모 테크노밸리 조성사업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입주할 기업을 쉽게 찾지 못해 모두 애를 태우고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용지 규모도 문제지만 특화 가능한 지역 아이템 등 차별화된 자족 기능이 보이지 않는 게 문제"라며 "기업 수요는 한정됐는데 공급만 대규모로 쏟아부으면 유치 경쟁만 과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운 좋게 산업체를 모두 유치한다고 해도 정부가 딜레마에 빠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도시에서 기업 활동이 활발해지면 계획된 교통망을 이용하는 수요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신도시는 자족기능을 강화하든지, 서울과의 접근성을 신경 쓰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정부가 '두 토끼'를 모두 잡으려 한다며 자칫 둘 다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신도시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방향성"이라며 "1·2기 신도시의 단점들은 모두 위성도시인지, 자족도시인지 콘셉트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의 3기 신도시 지정에 반대하는 경기 고양 일산, 파주 운정, 인천 검단 등 1·2기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25일 일산동구청 앞에서는 일산과 파주신도시연합회 소속 주민 5000여 명 등이 모여 3기 신도시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2차 집회를 열었다.
■ <용어 설명>
▷ 자족시설용지 : 신도시 또는 택지개발지구의 자족기능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업무용지. 베드타운화된 1기 신도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1995년 도입됐다. 도시형 공장, 벤처기업집적시설, 연구소, 일반 업무시설(오피스 제외) 등을 설치할 수 있다.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