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재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한 달 만에 12% 하락한 배럴당 58.63달러에 마감했다. 이미 23일 WTI는 전일 대비 5.71% 하락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
지난달 중순까지 계속 상승세를 탔던 국제유가가 갑자기 하락폭을 키운 요인은 수요 불안에다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다.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완화되는 와중에 미국과 유로존의 경제지표 부진이 수요 둔화 우려를 자극하며 유가를 끌어내렸다.
유가 하락에 따라 WT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의 기존 투자자들은 조기 상환 가능성이 낮아졌다. 보통의 DLS는 6개월 후 최초 기존 가격의 90%를 유지해야 조기 상환할 수 있는데 지금과 같은 가격이 당분간 유지되면 올해 4월에 발행된 DLS는 최초 기초자산가격의 90%를 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신규 투자의 안정성은 높아졌다. 보통 DLS의 녹인배리어(원금손실구간)가 5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지금 가격에선 유가가 2016년 역사적 저점(배럴당 28달러)까지 내려가지 않는 이상 원금손실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처럼 유가의 변동성이 커지면 DLS의 파생상품 운용이익이 늘어나기 때문에 쿠폰 이자율 역시 높아질 수 있다. 지난주 삼성증권이 WTI와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해서 연 11.2%의 기대수익률을 준 DLS를 내놓은 데 이어 이번주는 NH투자증권이 연 10.5% 기대수익률을 제시한 DLS를 출시했다.
일각에선 하반기 국제유가가 다시 60달러 중후반까지 올라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DLS 투자에는 긍정적이다. KB증권은 WTI 가격을 2분기 평균 64.1달러, 3분기 평균 66달러, 4분기 평균 64달러 수준으로 내다봤다.
구경회 KB증권 연구원은 "OPEC+(OPEC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 모임)의 감산, 일부 산유국들의 생산 차질 등으로 올해 공급 예상치가 낮아지면서 초과공급 우려감이 약화된 데다 베네수엘라·이란 정세 불안도 유가 상승에 기여할 수 있다"며 "OPEC+의 경우 미국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감산 유지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OPEC+ 정례회의는 6월 말 열린다.
다만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6월 정례회의에서 OPEC+는 감산 출구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며 점진적으로 원유 증산이 일어나 하반기 국제유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DLS 발행금액도 올해 들어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12월 9656억원이었던 DLS 발행금액은 지난달 1조5985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말 유가가 급락하면서 원금 손실 우려에 다소 주춤했던 DLS 투자수요가 가격 회복에 따라 다시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편 WTI 가격 급락으로 원유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원유 인버스 상장지수증권(ETN)·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이 강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은 최근 1개월 수익률이 24.2%를 기록했다. 또 QV 인버스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도 같은 기간 수익률이 20.1%였다.
ETF의 경우 TIGER 원유선물인버스(H)는 최근 1개월 수익률이 10.4%,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H)는 10.3%를 기록했다. 구 연구원은 "WTI원유 관련 상품들의 경우 국제유가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이에 따라 가격이 움직이게 된다"고 했다.
따라서 최근 한 달 동안 국제유가가 떨어지면서 원유 인버스 상품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앞으로 원유가격이 상승 반전하면 원유 인버스 상품 수익률이 떨어지고 원유 가격과 연동하는 상품의 수익률이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 용어 설명
▷ 파생결합증권(
[김제림 기자 / 정슬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