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한진칼 더 사들였나…지분경쟁 전운

KCGI(강성부펀드)가 한진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한진칼 지분을 이달 1%포인트가량 높였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한국거래소와 IB업계에 따르면 KCGI가 기존 한진칼 지분율(14.98%)에서 이달 0.89%포인트를 높인 것으로 추정된다. 한진그룹 지배구조는 지주사인 한진칼이 그룹 지배 정점에 있고, 대한항공과 한진을 통해 계열사를 거느린 형태다. 그룹 경영권 확보에 핵심인 한진칼 지분은 고 조양호 회장(17.84%)을 중심으로 조원태(2.34%), 조현아(2.31%), 조현민(2.3%) 등 오너 및 특수관계인이 28.95%를 보유하고 있다. 오너가에 이어 KCGI는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KCGI에 포함된 5번째 사모투자합자회사가 설립됐고 이들이 기타금융으로 분류되면서 한진칼 지분을 사들인 것"이라며 "내년 한진칼 주주총회 전까지 지분 매입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성부 대표를 필두로 한 KCGI는 'KCGI 1-1'부터 'KCGI 1-4'까지 총 4개의 사모투자합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합자회사는 각각 투자목적회사(SPC)를 보유하면서 각각의 SPC가 한진칼 지분을 사들여왔다.
증권업계에서는 KCGI가 최근 5번째 사모펀드를 통해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입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진칼에 대한 매수 주체 중 '기타금융'에서 지난 23·24일 237억원어치를 집중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기타금융'은 전문투자자 중 은행, 보험, 금융투자업자 외 금융기관으로 창업투자회사(창투사), 벤처투자사 등이 포함되며 KCGI와 같은 사모투자합자회사도 새로 포함됐다. 한진칼 매수주체로서 기타금융은 올 들어 4월까지 48억원에 그쳤는데 이달 유달리 많은 매수가 이뤄졌다. 창투사나 사모투자합자회사 중 한진칼 주식을 이처럼 단기간에 대량매수할 만한 곳은 KCGI밖에 없다는 추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KCGI 측 역시 최근 한진칼 지분 추가 매입에 대해 부인하지 않는다. KCGI 관계자는 "상장사 지분 매입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으며 추후 공시로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현행 '5%룰'에 따르면 상장사 지분 5% 이상을 가진 투자자가 지분 변동이 있을 때 5일 이내에 보유 목적과 변동 사항을 공시해야 한다.
KCGI는 지난 4월 한 달 동안 지분율을 기존 12.68%에서 현재 14.98%까지 늘렸다. 이달 기타금융 매수가 KCGI의 지분 매입분이라면 KCGI의 지분율은 15.87%까지 늘어나게 된다. 23·24일 기타금융의 한진칼 매수 규모는 52만9478주로, 이는 지분율로 따지면 0.89%다. 공정거래법 제12조에 따르면 상장법인의 지분 15% 이상을 취득하는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신고를 하고 투자자를 공개해야 한다. 이 같은 신고 의무는 자산총액 또는 매출액이 3000억원이 넘는 회사만 해당되는데 KCGI의 자산 규모는 3000억원 미만이다. 별다른 규제가 없는 데다 한진그룹 경영권 확보를 위해 KCGI가 한진칼 지분을 꾸준히 늘릴 것이란 예상에 힘이 실린다.
한진그룹 오너 일가가 한진칼 지분을 더 늘릴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오너 일가가 한진칼 주식을 추가로 매입하며 지분 경쟁에 나서기는 어려운 여건이다. 오너 일가는 한진칼 등 주요 계열사 주식을 대부분 담보로 맡긴 상태이고 보유 현금 여력도 충분하지 않은 데다 대규모 상속세 부담까지 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너 일가가 경영권 수성을 위해 한진칼 주식은 지키기에 나서고 한진 등 다른 계열사 주식은 팔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5월 23일 현재 약 2070억원으로 추정되는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한 방안으로 조양호 회장이 보유한 한진 지분의 매각이 가장 유력하다"고 분석했다.
[한우람 기자 /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