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은 운용자산 692조4000억원(올해 말 기준) 가운데 국내 주식(18%)과 국내 채권(45.3%)에 63%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국내 금융자산의 가치가 급락할 경우 국민의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도 큰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주요 기업의 1·2대 주주로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해당 주식 비중을 축소하면 주가가 크게 빠지는 부작용도 있어 투자 다변화에 대한 요청이 계속 있었다.
부진한 수익률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해외 투자가 필요했다. 국민연금 자산 중 37%를 차지하는 국내 증시(코스피)가 지난해 16.77% 하락하면서 지난해 연간 수익률은 -0.92%로 설립 이후 최대 손실 폭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은 중기자산 배분안에서 상대적으로 국내보다 위험 조정 수익률이 높다고 기대되는 해외 투자 비중을 점진적으로 높이기로 했다. 대체투자를 제외한 국민연금의 내년 해외 투자 비중은 27.8%로 올해 말 예상 비중인 24% 대비 3.8%포인트 확대된다. 같은 기간 국내 투자 비중은 63.3%에서 59.2%로 줄어든다. 2024년 말에는 해외 주식(30%)과 해외 채권(10%)을 합한 비중이 40%로 국내 투자(45%)에 근접하게 된다. 이로 인해 국내 주식 시장에 주는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나오지만 실제 주식을 팔아야 하는 상황은 아니라는 게 국민연금 측 설명이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이 향후 5년 동안 18%에서 15%로 감소하지만 5년 후 국민연금 규모가 올해 말보다 40%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할 때 국내 주식 투자액은 올해 124조원에서 2024년 147조원으로 오히려 늘어난다. 또 국내 증시에서 웬만한 종목은 최대주주나 2·3대 주주가 국민연금일 정도로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미 국민연금이 국내 기업의 주식을 살 만큼 샀기 때문에 비중을 더 늘리지 않는다는 말로 국내 증시 수급 불안 요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채권 비중을 5년 새 두 배 넘게 늘리기로 계획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국민연금 이사장을 역임했던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과거에는 주요 선진국 국채들이 초저금리여서 국내 채권에 비해 이자율 매력이 없다는 이유 때문에 전체 자산의 4% 미만만 들고 갔다"며 "이제는 미국과 금리도 역전되고 수익률이 높은 투자등급 회사채도 있어 국내 채권보다 해외 채권 수익률이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해외 비중을 늘리겠다는 국민연금의 발표에 당연한 수순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운용하는 기금 규모가 커질수록 안정성도 높아진다는 차원에서 포트폴리오 다변화는 필수라는 분석이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민연금의 투자 규모가 커질수록 투자의 다양성 측면에서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 "국민연금 투자 규모가 커질수록 수익률이나 안정성 측면에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는 게 좋은데, 해외는 투자할 대상도 다양하니 충분히 투자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채권 비중이 연금 운용 자산 중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국내 채권 비중이 줄어드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는 평가도 있다. 변 센터장은 "국내 채권 금리가 너무 낮은 상태에서 자산 비중이 높으면 수익률 측면에서 좋지 않을 수 있다"면서 "비중을 조절한다는 점은 포트폴리오 관리 차원에서 적절한 자산 배분"이라고 평가했다.
채권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그동안 '큰손'으로 남아 있어 다른 기관투자가들의 거래가 위축된 측면이 있었던 만큼 오히려 국민연금이
[김제림 기자 / 조희영 기자 / 박의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