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곳곳에서 진행된 뉴타운과 재개발 사업을 위해서는 기존 주택을 철거할 수밖에 없는데요.
이 과정에서 주민들이 1급 발암물질인 석면에 그대로 노출돼 있어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이혁준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서울 성동구 금호동의 한 재개발 구역입니다.
대부분 낡은 주택으로 지붕과 벽면 곳곳에 석면 슬레이트가 쓰였지만, 별도의 안전 장치 없이 마구잡이 철거가 이뤄졌습니다.
▶ 스탠딩 : 이혁준 / 기자
- "일부 철거가 진행된 재개발 지역에는 이처럼 석면이 포함된 슬레이트가 방치돼 있습니다."
석면은 1급 발암물질, 이곳 슬레이트의 백석면 함유량은 무려 7%에 달합니다.
지역 주민들은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장석주 / 금호동 재개발지역 주민
- "작업자들은 방진복과 방진 마스크를 끼고 작업했지만, 주민들은 맨몸으로 노출됐고 바로 옆에 주민들이 살고 있고…"
지난 97년 경기도 광명시 철산동 재개발 당시 지역 주민들 가운데 일부가 석면으로 인한 악성중피종 환자로 확인돼 석면의 위험성이 확인된 바 있습니다.
당시 철산동에 거주했던 한 피해자는 지난 6월 악성중피종 진단을 받고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최형식 / 악성중피종 환자
- "5개월 내지 7개월이에요. 금년 말까지, 내 시한이… 그런데 석면 공장에 다녔냐, 석면 공장 옆에 살았냐, 그런 건 없었어요."
지붕 슬레이트나 천정·방음재로 쓰이는 석면은 철거할 때 별도의 안전장치를 하지 않으면 그 가루가 주변 10km까지 날아가는 것으로 알려질 만큼 위험성이 큽니다.
서울 등 곳곳에서 이뤄지는 재개발·뉴타운 지역 주민들이 발암물질에 그대로 노출된 겁니다.
▶ 인터뷰 : 최예용 /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
- "굉장히 작은 입자가 폐에 들어가고 수십 년 동안 밖으로 배출되지 않고 그 안에서 암을 일으킵니다. 철거과정에서도 작업자뿐 아니라 행인이나 인근 주민까지 다 노출되는 거고요."
문제는 정부가 올해 석면사용을 전면 금지하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양의 석면이 어디에 쓰였는지 파악을 전혀 못한다는 점입니다.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다는 뉴타운 사업.
곧 새 아파트는 들어서겠지만, 그 사이 주민들은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mbn뉴스 이혁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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