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8개 종목은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전망에 따른 이익 감소로 재무 압박까지 받는 다른 상장사와 차별화돼 외국인의 매수 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개 종목 중 보유 현금에 비해 단기 차입금이 작아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는 삼성SDS 카카오 현대위아 등 3곳에는 기관 매수세도 가세했다.
2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종목 중 증권사 3곳 이상에서 실적 추정치가 나온 상장사는 203곳이다. 이 중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보유 현금이 1조원이 넘는 곳은 48곳이다. 여기서 현금은 현금성 자산과 단기 금융상품 합계로 구했다. 이 가운데 1년 내 갚아야 할 부채인 단기 차입금보다 보유 현금 규모가 크고 올해 매출·영업이익·순이익이 작년보다 모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은 8개다.
그 주인공은 기아자동차 현대글로비스 현대위아 등 자동차 업종 3곳과 LG전자 삼성SDS 카카오 등 정보기술(IT) 관련주 3곳, 게임주 넷마블, 건설주 HDC현대산업개발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무역전쟁 격화로 코스피에서 2조4390억원 규모 순매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8곳에 대해 2512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대조를 이뤘다.
올 들어 5개월 동안 코스피에서 4조4031억원을 순매수했는데 이 중 8개 종목만 1조449억원어치나 샀다. 이들 종목 순매수 규모가 전체의 23.7%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증시 하락기에는 재무적으로 안정된 방어주를 찾기 마련"이라며 "부채상환 능력을 갖춘 상장사가 실적까지 개선되면 설비투자와 인수·합병(M&A), 배당 여력 모두 확대돼 외국인의 장기 투자 기준에 부합하게 된다"고 말했다.
기아차가 보유한 현금은 5조5719억원으로 단기 차입금(1조4190억원) 대비 4배가량 많은 규모다. 여기에 올 들어 국외 시장에서 자동차 판매가 늘면서 현금이 더 쌓일 전망이다. 기아차는 올해 1~4월 국외 시장에서 총 72만204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1.1% 증가했다. 글로벌 무역분쟁으로 자동차 시장이 역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나 홀로 성장한 셈이다.
북미 시장 전용으로 만든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텔루라이드' 판매 호조로 수익성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기아차의 올해 영업이익은 1조8020억원으로 작년(1조1575억원)보다 55.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 역시 작년 2.1%에서 올해 3.2%로 회복될 전망이다. 이 주식에 대해 외국인은 올해 3838억원을 순매수했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3분기부터 SUV를 통해 미국에서 점유율이 높아지고 환율 효과가 추가돼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최근 미국 정부가 자동차 등 멕시코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올 하반기 실적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LG전자가 쌓아놓은 현금은 4조1741억원으로 단기 차입금(3591억원)에 비해 월등히 많아 재무적으로 안정돼 있다. 글로벌 경기 악화에도 고가 가전제품이 잘 팔리고 있는 데다 각종 비용 절감으로 스마트폰 사업 적자 규모가 줄어들 전망이어서 올해도 대규모 현금 유입이 예고되고 있다. LG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은 2조8158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기대감에 외국인은 올해 이 주식을 2645억원어치 담았다.
삼성SDS와 카카오의 지난 3월 말 기준 단기 차입금은 각각 8억원, 251억원에 불과하다. 이들의 현금이 모두 2조원을 넘는다는 점에서 사실상 외부 차입 없이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삼성SDS는 최대 고객인 삼성전자의 대규모 반도체 투자에 힘입어 이익이 증가하고 있다. 올해 영업이익은 9724억원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이 종목에 대한 외국인과 기관의 올해 순매수 규모는 각각 857억원, 741억원이다.
카카오의 영업이익은 올해 1530억원으로 작년(729억원) 대비 2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1분기 흑자로 전환한 카카오뱅크를 비롯해 전자상거래 등 신사업이 모두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에 대해 올해 외국인은 물론 기관(33
외국인은 현대글로비스 주식도 올해 168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오너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51.38%)이 높아 향후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중심이 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최근 그룹 이외 고객사 확보로 실적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