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전문가들은 지난달 하락장은 작년 10월과는 금리·달러 가치 전망, 투자자 심리 등 증시를 둘러싼 환경이 다르다고 진단한다. 이 때문에 향후 코스피 흐름은 추가 하락보다 소폭 반등이나 보합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5월 첫 거래일 2203에서 출발했던 코스피는 3일 2100대, 13일 2000대로 밀려나 월말까지 하락세를 지속했다. 미·중 무역협상 결렬이 증시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1년간 지속돼 온 이슈지만 양국의 대응 강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고, 관세 영역을 벗어나 비관세 분야까지 확전되는 등 여파 범위를 가늠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주가가 하락했다.
5월 중 가장 낙폭이 컸던 날도 미·중 간 갈등이 격화했을 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8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패너마시티비치에서 열린 대선 유세에서 "중국이 합의를 깨뜨렸다"며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하자 9일 코스피는 3.04% 급락했다. 4.44% 낙폭을 기록한 작년 10월 11일 이후 7개월 만의 최대치다. 또 지난달 15일 미국 행정부가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를 거래제한 대상 기업 명단에 올렸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튿날 코스피는 1.33% 떨어지기도 했다.
투자자들이 지난달 하락장에서 작년 '검은 10월'의 악몽을 떠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시에도 무역협상 결렬이 증시 부진의 근거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이다. 작년 10월 미국 법무부가 미국 항공 업체들의 기밀을 훔치려 한 중국 요원을 기소했고,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에 중국 스파이칩이 사용됐다는 논란이 퍼지면서 갈등이 심화됐다. 여기에 더해 환율 변동성이 커진 것과 외국인이 매도 주체(작년 10월 4조6000억원, 올해 5월 2조5000억원 순매도)라는 점도 작년 10월과 지난달 증시의 공통점이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가장 큰 차이는 연준의 스탠스"라며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롬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 둔화 현상에 대해 '일시적'이라고 진단했지만 여전히 선물시장에서 보는 연내 인하 가능성은 60%에 달하기 때문에 연준의 완화적 스탠스가 유지되는 한 한국 증시의 낙폭은 제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환종 NH투자증권 FICC리서치센터장은 "금리 인상 기조로 인해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됐던 작년 말과 달리 현재는 통화 정책이 시장에 유리한 쪽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증시가 폭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바라봤다.
이에 따라 강달러 전망이 한풀 꺾인 것도 한국 증시의 지지 요인이다. 달러 가치가 2년래 최대치로 올라 추가 강세가 이어지기 어려운 면도 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도 불구하고 달러 하락 또는 보합이 예상되기 때문에 달러로 환산된 한국 증시의 저평가 요인이 줄어든 셈이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모두 달러 강세 흐름이 나타나고 있지만 달러에 대한 투기적 매수 포지션은 작년 10월과 비교했을 때 지난달에 절반으로 줄었다"며 "이는 결국 연준의 완화적 금리 기조가 달러의 추가 상승을 막아줄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조 연구원은 "작년 10월 급락장에서는 불안감에 의한 한국 증시의 투매 양상이 강했다면 지난달 하락세는 보다 이성적으로 대응했다"며 "무역분쟁 진정 시 지수 반등과 더불어 IT, 유통 등 최근 주가가 약했던 업종의 회복 가능성이 점쳐진다"고 말했다.
시장 전반에 퍼진 불안감의 강도도 다르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작년 10월에는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