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금융위원회가 이 같은 정책을 골자로 하는 '혁신성장 지원을 위한 금융투자업 인가체계 개편 방안'을 발표한 것은 '1그룹 1증권사·1운용사' 규제가 향후 혁신성장을 저해할 수 있고 일자리 창출이나 모험자본 투자에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판단에 근거한다. 안창국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옛날 대형 증권사 간 인수·합병(M&A)은 1그룹 1증권사 원칙 때문에 시작부터 합병을 염두에 뒀던 것"이라며 "앞으로 시너지를 원할 때는 합병해도 되지만 2개 증권사가 각자 영역에서 잘하고 있다면 서로 다른 투자전략으로 증권시장에서 경쟁해도 된다"고 밝혔다.
예컨대 대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매물로 나올 것이라고 거론되는 일부 증권사를 현재 초대형 투자은행(IB)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나 한국투자증권이 인수해도 합병할 필요 없이 주인은 같지만 서로 시장에서 경쟁하는 증권사로 남길 수 있다. 시장에서는 개인투자자 부문에서 뛰어난 증권사가 있는 반면 기업 간 거래 중개에서 역량을 갖춘 증권사가 있고, 또 해외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증권사 등 각기 특성이 있는 만큼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가 무차별 합병 규제에서 벗어나 증권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존에 M&A로 뭉친 증권사 중에는 시너지가 나지 않고 내부에서도 아직까지 출신을 따지며 일하다 보니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기대 이하로 나오는 사례가 많다"며 "IB나 리테일, 트레이딩 등 전문 분야대로 분할해 신성장동력을 찾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만약 개인 고객을 많이 유치하고 있는 키움증권이나 IB 부문에서 뛰어난 초대형 IB 증권사가 합종연횡하게 되면 각자 영역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라며 "무분별한 대형화보다 증권사 간, 업종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일어나면서 M&A 시장도 살 수 있고 일자리도 창출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에서도 자산운용업 성장만큼 증권사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김정각 금융위 자본시장정책관은 "운용사를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면서 운용사가 200개 이상으로 늘어나고 고용인력도 8000명 이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마찬가지로 증권사도 혁신성장의 중심에 설 수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증권사는 회사 수와 함께 인력도 5000여 명이나 감축됐다. 증권사 수익성이 증가하는 데 반해 고용 창출력은 현저히 떨어진 셈이다. 반면 자산운용사는 2009년 69곳에서 지난해 말 242곳으로 4배 가까이 늘어났다. 임직원 규모도 4000여 명에서 8200명을 넘어서면서 2배 이상 상승했다. 김 정책관은 "증권업은 경쟁도 평가에서 충분하다고 볼 수 있지만 대형화 전문화 다양화 측면에서 미진한 부분이 있다"며 "더 진전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위는 자산운용사 역시 공모운용사에 대한 '1그룹 1운용사' 원칙을 폐지하고 사모운용사의 공모운용사 전환 시 수탁금 요건은 현행의 절반 수준으로 완화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중장기적으로는 사모운용사를 거치지 않고 바로 공모운용사로 신규 진입하는 것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또 증권사의 원활한 업무 영역 확대를 위해 비교적 까다로운 절차인 '인가' 대상은 축소하기로 했다. 인가제도를 등록제도로 대폭 완화하면서 시장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복안이다. 처음 금융투자업에 진입할 때는 기존대로 인가를 받도록 하되 진입 후 동일 업종 안에서 업무 단위를 추가할 때는 '인가'가 아닌 '등록' 절차만 밟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투자중개업은 23개 인가 단위에서 1개 인가 단위·13개 등록 단위로 축소되고 투자매매업은 38개 인가 단위에서 5개 인가 단위·19개 등록 단위로 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무를 추가할 때 동
한편 금융위는 규제 완화를 통한 경쟁 과정에서 증권·자산운용사 파산에 대비해 투자자 보호에 내실을 기하기로 했다.
[진영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