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증시는 지난해 말 급락한 후 올 상반기 반등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상승세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짐에 따라 추가 상승 여력을 중심으로 신흥국 간 차별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러시아와 인도는 금리 추가 인하 등 경기 둔화 방어를 위한 정책 대응 가능성이 높아 하반기에도 강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5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MSCI 선진국지수 대비 MSCI 신흥국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최근 6년래 최고치에 근접했다. 상장기업 이익 대비 주가 수준이 선진국 증시보다 신흥국 증시에서 빠르게 높아지면서 선진국 대비 신흥국의 밸류에이션 매력도가 낮아졌다. 신흥국 경기 회복 모멘텀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주가가 단기간 빠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신흥국 증시가 올해 상반기 바닥을 다질 수 있었던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완화적 입장을 취하면서다. 지난해 네 번의 금리 인상을 거치며 긴축을 이어가던 연준은 올 들어 '금리 인하'로 방향을 틀었다. 미국 금리 인하는 신흥국 증시에 호재로 작용한다.
신흥국 경제와 증시를 짓눌렀던 달러 강세(현지 통화 약세)가 누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가 낮아지면 시중 유동자금이 늘어날 수 있어 신흥국 시장에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 같은 기대감에 MSCI 신흥국지수는 연초 이후 약 8% 상승하며 지난해 말 낙폭을 상당수 만회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 시사로 운신의 폭이 넓어진 주요 신흥국들이 잇달아 금리를 인하하며 증시를 강하게 밀어 올렸다.
인도는 올해만 세 번 금리를 인하했고, 가장 최근에는 러시아도 금리를 인하하면서 통화 완화 대열에 동참했다. 이에 따라 인도 센섹스 지수와 러시아 RTS 지수는 연초 이후 24일까지 각각 9.25%, 31.7% 상승했다.
시장 참여자들 관심사는 신흥국 증시 상승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다. 증권가에서는 신흥국 증시가 동반 강세를 나타낼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서태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기업이익 전망치가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되는 등 펀더멘털 회복이 가시화하지 않았다"며 "최근 주가 상승으로 인해 높아진 밸류에이션, 금리 인하 효과 선반영 등을 고려하면 신흥국 동반 랠리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다.
신흥국 증시 반등이 금리 인하에 따른 경기 안정 기대감에 기인한 만큼 지속적으로 통화완화 정책을 이어갈 수 있는 국가가 하반기에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인도와 러시아가 대표적이다.
인도는 글로벌 금리 인하 대열 선두에 있는 나라다. 올 들어서만 2월, 4월, 6월 세 번에 걸쳐 총 0.75%포인트를 인하했다. 8월 추가로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 연구원은 "인도는 경기 둔화와 저물가로 인해 통화정책 기조를 완화적으로 변경한 만큼 경제지표 둔화가 나타나면 언제든 추가 금리 인하를 시행할 수 있다"며 "7월 초 발표되는 최종 예산안에서 경기 부양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중앙은행도 연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연 7.75%에서 7.50%로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이른 시일 내에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3월 이후 뚜렷하게 금리 인하로 방향성을 선회했다"며 "향후 유가 급락 요인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브렌트유 기준 60달러를 상회하는 국제 유가 수준은 러시아 재정수지, 환율 안정을 지지할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에너지 업종 비중이 높은 러시아 증시는 유가와 연동되는 경향이 있다.
러시아 증시의 높은 배당수익률도 부각되고 있다. 서 연구원은 "러시아 증시의 배당수익률은 MSCI 신흥국지수 배당수익률의 두 배 수준인 8%를 상회한다"며 "러시아 재무부 주도 아래 러시아 유틸리티 기업들이 배당 확대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에 배당수익률이 더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으로 러시아 천연가스 회사인 가스프롬은 지난
다만 러시아의 내년 예상 경제성장률은 1.7%에 불과하다. 여전히 본연의 펀더멘털이 부족해 추가 상승 여력을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