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금융감독원과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 18개 은행이 운영하는 지점과 출장소는 지난해 말 총 6771개로 역대 최대인 2012년(7698개)에 비해 927개 줄었다. 올해도 꾸준히 폐점이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10년도 안 돼 1000개 가까운 은행이 문을 닫은 셈이다.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은 2015년 5093개였던 점포 수가 이듬해 4917개로 5000개 밑으로 내려갔다. 가장 최근인 5월 말 기준 이들 은행 점포는 4682개로 집계됐다. 작년 말 4699개와 비교하면 올해 1~5월에만 점포 17곳이 영업을 접은 셈이다.
은행들이 점포 수를 줄이는 가장 큰 이유는 모바일뱅킹으로 대표되는 비대면 금융 거래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인터넷뱅킹(모바일뱅킹 포함)에 등록한 고객은 1억4656만명, 인터넷뱅킹을 통해 이뤄지는 조회·자금이체·대출신청서비스 규모는 하루 평균 52조1557억원에 달할 만큼 커졌다. 특히 조회서비스는 87%, 입출금과 자금 이체는 53.2%가 인터넷뱅킹에서 해결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 창구에서 이뤄진 두 서비스 비중이 각각 8.8%, 8%에 불과한 것과 비교된다.
전체 점포 숫자는 줄어들지만 그렇다고 새로 생기는 은행이 없는 것은 아니다. 주요 은행들이 인터넷뱅킹에 밀릴 만큼 특색 없는 기존 지점은 과감히 정리하는 반면 은행이 공략할 필요가 있는 고객이 몰려 있거나 앞으로 시장이 커질 것으로 기대되는 지역에는 기꺼이 점포를 여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펴고 있어서다. 신한은행은 올해 명동·용산 대기업금융센터, 이대서울병원지점 등 서울에만 지점 10곳을 새로 냈다.
올 들어 전국에서 문을 닫은 지점 수(9개)보다도 많아 5대 은행 가운데 작년보다 전체 점포 숫자가 늘어난 유일한 은행이 됐다. 지난해 서울시 금고지기로 선정된 데 맞춰 서울 지역 영업을 강화해 점유율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신도시나 최근 입주를 시작한 대단지 아파트촌도 시장 선점을 위해 은행들이 새로 지점을 내는 대표 지역으로 꼽힌다. 하나은행은 올해 서울 장충동, 약수동 등에서 가까이 몰려 있는 점포 6곳을 정리한 반면 9510가구로 국내 최대 규모 아파트단지인 송파헬리오시티, 다산·천안아산신도시에 지점 3곳을 신설했다. 농협은행도 미사신도시 고객을 겨냥한 하남미사역지점을 포함해 올해만 은행 지점 5개를 새로 열었다.
'큰손' 고객이 몰려 있는 부촌 공략도 치열하다. 우리은행은 올해 초 최고급 PB센터인 '투 체어스 프리미엄 잠실센터' 영업을 시작했다. 이곳을 이용하려면 기존 PB센터(1억원)의 세 배에 달하는 최소 3억원의 자산을 예치해야 한다.
국민은행이 강남구 신사동에 조성 중인 고액 자산가를 위한 스타PB센터도 내년에 문을 열 예정이다. 종합자산관리를 원하는 자산가 고객을 겨냥해 은행과 증권을 합친 복합점포를 내는 것도 주목된다. 우리은행과 삼성증권 복합점포는 목동, 아시아선수촌, 삼성타운 등 총 7곳에 달한다.
은행의 미래 고객인 10·20대를 잡기 위한 특화 점포 오픈 경쟁도 이어진다. 하나은행은 방배동 서래마을과 잠실, 강남역, 광화문역 등 젊은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생활소품 편집숍이나 가드닝숍, 서점이 은행과 같이 있는 '컬처뱅크'를 만들고 있다. 지난해 4월 처음 도입한 후 올해만 두 곳이 더 문을 열어 현재 5곳으로 늘었다. '유스(Youth)' 고객 집결지인 홍대 거리에는 국민은행이 기존 영업점을 리모델링해 젊은이들을 위한 각종 공연 등이 열리는 문화공간 'KB락스타 청춘마루'를 선보였다.
은행 점포의 진화는 이제 '은행 밖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