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의 원화채권 투자 잔액은 3일 기준 125조3800억원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5월 한 달 동안에만 11년 만의 월간 기준 최대치인 7조2000억원어치 원화채권을 순매수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5조30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올 초까지만 해도 외국인은 한국 채권시장에서 순매도를 나타냈지만 3월 들어 순매수로 전환한 뒤 순매수 폭을 늘려가면서 두 달 만에 보유 잔액이 13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도 원화채권 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국채보다 금리가 낮은 데다 금리 인하 기대로 국채 가격이 이미 한참 뛴 상황에서도 외국인이 원화채권을 사들이는 이유는 환차익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원화채권 투자는 대부분 재정거래 성향의 단기물에 집중되고 있다"며 "외국인이 보유한 원화채권 가운데 2년 이하 단기물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환차익 등을 노린 단기 자금이 한국 채권시장에 많이 들어와 있다는 의미다.
외국인이 원화채권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보유한 달러 등 외화를 원화로 일정 기간 교환(스왑)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외국인은 일종의 환 프리미엄을 받아간다. 외환 스왑 시장에서 적용되는 스왑 레이트는 외국인이 한국 채권을 최대치로 사들인 5월에는 -1.5% 근처로 떨어졌다. 스왑 레이트가 마이너스면 달러로 원화 자산에 투자할 경우 환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스왑 레이트가 플러스면 외화를 원화로 바꿀 때 원화 제공 측에 일정액의 프리미엄을 지불해야 한다.
한미 채권 금리 역전에도 불구하고 원화채권 매수세가 이어진다는 것은 한국 채권 투자에서 나오는 미국채 투자 수익 대비 손실분을 환 프리미엄으로 메꾸고도 남는다는 의미다. 그러나 최근 스왑 레이트가 반등하면서 외국인들이 재정거래에 나설 유인이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5월 -1.5%까지 내려갔던 스왑 레이트는 4일 기준 -1.1%대로 올라붙었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에 원화 선물값이 올라간 것과 연관이 있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지난 한 달간 2%가량 올랐다.
신 연구원은 "스왑 레이트가 올라간 만큼 외국인들이 얻어갈 수 있는 환차익이 감소한 셈"이라며 "한때 60bp까지 확대됐던 재정거래 폭은 내외금리 역전폭 확대와 스왑 레이트 반등에 따라 최근 41bp까지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수요 급증에 채권값이 단기간 급등하면서 레벨 부담이 높아지기도 했다. 3일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534%를 기록하면서 연중 최저치를 찍었다. 채권값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다만 글로벌 금리 인하 흐름과 높아진 불확실성이 맞물려 채권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한국 채권을 매수한 외국인 중 상당분이 중앙은행, 국부펀드로 단기간에 자금을 청산하고 나갈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바라봤다.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