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말 제3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재추진 일정을 공고할 방침이다. 이어 10월 중 예비인가 신청을 받고 12월에 심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올해 1월 공고 후 3월 예비인가 신청을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공고와 신청 사이에 1개월 시간이 더 주어졌다. 기존 도전자에게는 보완할 시간을, 참여를 검토할 업체에는 충분히 숙고할 시간을 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번 재추진에 도전할 후보로는 기존 참여자인 토스뱅크와 키움뱅크 컨소시엄이 우선 꼽힌다. 이들은 이미 금융당국으로부터 상세한 '오답 노트'까지 받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양측에 각각 어떤 사유로 탈락했는지 소상히 알려줬고 (재도전) 의사가 있다면 보완할 시간도 충분히 주기로 했다"고 전했다.
토스는 자본 확충 방안이 불안정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벤처캐피털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는데, 이들이 차익을 노리고 자금을 회수하면 은행 안정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이와 함께 '지주사 전환' 문제가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점도 또 다른 탈락 요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비바리퍼블리카가 60% 지분을 유지하면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해야 하는 의무가 생기기 때문이다.
한편 키움증권, 하나금융그룹, SK텔레콤 등 쟁쟁한 업체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한 키움뱅크는 사업 계획의 혁신성과 실현 가능성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사업 계획과 은행 업무에 대한 일부 질의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기존 신청 업체들 사이에서 인터넷은행 사업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토스 컨소시엄 관계자는 "기존 지적에 대한 해결책이 짧은 시간 안에 나오긴 힘들기 때문에 숙고하고 있다"며 "정식 공고가 나오면 확정된 방침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도 재신청에 큰 관심이 없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 전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그룹은 은행 모바일뱅킹을 통해 인터넷뱅킹과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는데 굳이 수년간 수익을 내지 못할 인터넷은행 사업에 뛰어들 유인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SK텔레콤 내부에서도 "대표적 규제 산업인 은행업 진출이 꼭 필요하지는 않다"는 목소리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컨소시엄을 이끄는 키움 측 관계자는 "키움도 아직 재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구성원들과 접촉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난번 토스와 손 잡았다가 인가 신청 직전에 철회한 신한금융그룹이 인터넷은행 신청에 다시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한금융은 최근에도 한 대형 정보기술(IT) 기업과 접촉해 참여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참여에 적지 않은 자본이 드는 만큼 사업성이 보장돼야 한다"며 "인터넷은행에 관심은 있지만 마땅한 파트너가 없다"고 말했다.
이렇다 할 혁신 플레이어가 여전히 눈에 띄지 않는 점도 문제다. 네이버, 엔씨소프트 등 쟁쟁한 대형 ICT사는 일찌감치 '불참' 선언을 했고, 그 밖에 마땅한 업체도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은행업 라이선스는 당국 규제가 강하기 때문에 기존 IT 산업이 정치적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고 불참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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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은 기자 /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