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매매가격과 함께 상승세로 전환했다. 작년 9·13 부동산 대책 직후 서울 지역은 전셋값이 먼저 하락세를 나타냈고 이어 매매가도 약세로 전환됐다. 이번 매매값(0.02%) 반등은 34주 만이며, 전셋값(0.01%)은 36주 만에 상승 전환됐다.
여름철에 가을철 이사 수요로 전셋값이 상승하는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올해는 속도가 좀 더 빨라진 게 특징이다.
전세 매물은 계약 후 1~2개월 내 입주하기 때문에 상승세는 7월 말~8월 말에 주로 나타나는데, 우수 학군 지역 전셋값이 올해는 6월 말부터 꿈틀대기 시작했다. 9·13 대책 이후 올 초까지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 집값과 전셋값이 동반 하락하자 거래를 미뤄왔던 수요가 조금 서둘러 터지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서울 신축 아파트값이 곳곳에서 상승세와 신고가를 나타내자 전셋값 동반 상승을 예상한 가을 이사철 대기 수요자들도 불안감 속에 조금 일찍 움직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도 진앙지는 강남 등 8학군 지역이다. '교육 1번지'로 불리는 강남구 대치동 일대와 양천구 목동 등을 중심으로 1~2주 전보다 수천만 원씩 뛴 가격에 전세 매물이 속속 나가고 있다. 대치동 학원가와 인접한 대표 신축으로 분류되는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와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셋값이 크게 올랐다. 두 단지 전셋값은 1주 만에 2500만~5500만원 상승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4월 래미안대치팰리스는 전용면적 84㎡가 12억5000만원(8층)에 전세 계약됐다. 현재 나와 있는 전세 매물 가격은 모두 13억원이 넘는다.
대치동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매매가가 뛰니 전셋값도 예전 이사철과 대비해 일찍 오르는 모양새"라며 "새 학기를 앞둔 10월 말이 되면 전세를 알아보러 오는 이가 많아 전셋값이 훨씬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남권은 서초구·송파구 재건축 단지 이주 수요까지 겹쳐 전세 계약 시기를 앞당긴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총 2120가구 규모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는 올해 10월 이주가 예정돼 있어 서초구 일대는 벌써부터 전세 물건을 찾는 사람들로 분주한 모습이다. 8월에는 997가구 규모인 서초동 '신동아아파트'가 이주를 준비하고, 송파구 문정동에서는 '문정동 136' 재건축 조합원의 이주가 시작될 예정이다. 통상 재건축 단지 조합원들은 이주할 때 주변에서 전세 물건을 찾기 때문에 이들과 가까운 지역 전셋값은 더 강세를 보일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학군이 좋고 학원가를 이용하기 편한 목동·신정동 일대 아파트도 신축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2월 입주한 새 아파트 '목동파크자이'는 일주일 만에 전셋값이 1000만원 올랐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전세 거래가 6억원 초반대에서 이뤄지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에서마저 전세금 상승세가 시작됐다. 1998년 입주한 '극동늘푸른' 단지 전셋값은 6월 말 3억7000만원에서 일주일 만에 3억8000만원으로 올랐다. 최근 정밀안전진단 신청 등으로 재건축 추진 기대감이 매매가격을 끌어올렸고, 이른바
정부도 전셋값 상승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통상 전셋값 상승은 매매가의 본격적인 상승을 선행하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강동구 일대에 1만여 가구 입주가 예정돼 있어 아직까지 강남 지역 전셋값 상승세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