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취임한 진옥동 신한은행장(사진)이 '고객 퍼스트'를 경영전략으로 강조해온 만큼 영업 일선에서 이를 실천하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9일 신한은행에 따르면 이달부터 신한PWM 프리빌리지 서울센터와 강남센터의 핵심성과지표(KPI) 중 고객 관련 지표의 평가 비중이 대폭 확대됐다. 두 센터는 50억원 이상 초고액 자산가를 관리하는 전담센터다. 신한은행은 올 하반기 이들 센터에서 KPI 시범운영을 한 뒤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전국 27개 PWM센터(3억원 이상 자산관리 서비스)에 같은 체계를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앞서 진 행장은 취임 후 최우선 혁신 과제로 현행 KPI 제도 개선을 꼽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개선 방향을 논의해왔다.
KPI는 은행원 성과급과 승진을 결정 짓는 인사평가 기준이라 영업 형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이번 개편안의 특징은 고객 수익률 항목을 기존 10%에서 30%로 대폭 늘렸다는 점이다. 30% 배점에는 고객 총 자산의 투자 기간 중 수익률, 투자자산 수익률, 자산 분산도와 안정성 등이 반영된다. 또 펀드·신탁·방카슈랑스 등 개별 판매 실적을 없애고 통합 판매 실적만 6% 반영해 비중을 대폭 축소했다.
이렇게 되면 신한은행 PB가 실적을 위해 맹목적으로 상품을 파는 유인은 줄고, 고객 자산 증대에 도움이 되는 상품 위주로 추천하는 관행이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앞서 2017년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은행원 3만여 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87%가 고객 이익보다 은행 KPI 평가에 유리한 상품을 판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해 KPI 체계의 문제를 드러냈다. 한 대형 시중은행 PB는 "그해 '영업왕'으로 뽑힌 행원이 몇 년 뒤 대규모 손실로 고객들에게 원성을 사거나 소송에 걸리는 일이 꽤 있다"며 "단기성과 위주로 평가하는 은행에선 긴 안목으로 꾸준히 자산관리를 잘하는 PB가 두각을 나타내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KPI 개편안에 대해 "당장 눈앞의 손익을 포기하더라도 고객을 만족시키면 은행에 이익이 돌아올 것"이라고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손익 실적은 고객에게 상품을 팔면 맞출 수 있지만 수익률은 시장 상황과 운용 능력에 좌우되는 것이라 일선에서 체감하는 변화도 크다"고 전했다.
이 같은 시도에 대해 은행권에선 반신반의하는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다른 은행에서도 KPI에서 수익률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했지만 예금·펀드·신탁 등 특성이 다른 상품들 수익률 계산과 전산 개발 등 현실적 벽이 높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2015년부터 '고객 자산 성과분석 시스템'을 도입해 고객의 상품별 종합 수익률을 측정할 수 있는 인프라스트럭처를 마련했고, 일선 영업점에도 수익률 지표를 반영하고 있는 만큼 큰 무리는 없다는 반응이다.
한편 진 행장은 최근 주간 임원회의에서 기업과 소비자 공생을 강조한 일본 경영서적 '누구를 위한 부의 축적인가?:이시다 바이간에게 배운다'를 함께 읽는 독서 토론을 주재했다. 한 임원은 "리딩뱅크의 철학을
■ 용어설명
▷ 핵심성과지표(KPI) : 은행원 실적 평가를 위한 일종의 채점표로, 승진·성과급의 기준이 된다. 은행마다 영업 목표와 직무 등에 따라 배점을 달리하는데 주로 수익성, 잔액 규모, 고객 유치 등 상품판매 관련 요소 비중이 높다.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