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국내 관련 주식에서는 한일 간 경제 분쟁에 따른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수출 규제 피해 대상인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는 되레 오르기도 했고,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기대되는 국내 소재 업체의 주가는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아울러 국내에서 일본 불매운동이 일면서 수혜를 기대해볼 만한 종목들이 '애국 테마주'로 묶여 주가가 급상승한 반면 불매운동의 직접 대상 제품을 만드는 일본 관련주들의 주가는 무덤덤한 모습으로 온도 차를 나타냈다.
14일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강화 조치 이후 일본 생산업체들의 주가는 전반적으로 고전하는 양상을 보였다. 불화수소 생산업체 스텔라케미파는 이달 들어 12일까지 주가가 4.6% 하락했다. 포토레지스트 생산업체 JSR는 같은 기간 주가가 3.4% 하락했고, 신에쓰화학공업 역시 주가가 2.9% 떨어졌다. 플루오린폴리이미드와 불화수소를 생산하는 스미토모화학 주가 역시 1.4% 하락했다.
가장 큰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일본 소재 업체 대신 다른 공급처를 찾거나, 반도체 소재에 대한 국산화가 빠르게 진행되면 이들 회사 영업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장기화될 시 일본의 첨단 전자 소재 주요 고객사가 한국이기 때문에 일본 소재사에도 부정적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만 파급 효과가 글로벌 전자전기 공급망으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최악의 시나리오인 한국으로의 수출 금지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반도체 '투톱'의 주가는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았다. 삼성전자는 7월 들어 주가가 1.5% 하락했지만 최근 4거래일 연속 오르면서 다시 상승세를 탔다.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주가가 7.5% 오르기도 했다. 특히 이 기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6347억원, SK하이닉스를 2670억원 순매수하며 시장의 우려를 누그러뜨렸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되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과잉 재고 문제를 해결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아울러 일부 고객사들이 미리 반도체 구매량을 늘리면서 지속적으로 떨어지던 반도체 가격이 반등할 것이란 전망 역시 주가의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D램 반도체 현물가격은 지난 11일 기준 3.10달러로 10개월 만에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국내 반도체 소재 업체의 경우에는 주가가 크게 올랐다. 불화수소를 생산하는 후성은 이달 들어 주가가 25% 상승했고, 포토레지스트를 개발 중인 동진쎄미켐은 같은 기간 주가가 34.8% 올랐다. 당장 이들 업체가 생산하는 제품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공급될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향후 반도체 소재 국산화율 증가에 따른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가 주가에 반영됐다.
한편 국내에서 시작된 일본 불매 운동은 일본 기업들의 주가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의 주가는 이달 들어 7.2% 올랐고, 아사히맥주 역시 같은 기간 주가가 4.8% 상승했다. 하이테크 펜을 만드는 파일럿코퍼레이션과 제트스트림 펜을 수출하는 미쓰비시연필 역시 주가가 각각 1.4%, 0.6% 하락했지만 낙폭이 크지는 않았다.
이들 기업의 해외 매출 규모에서 한국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다지 크지 않은 것이 주가가 무덤덤하게 반응하는 이유로 꼽힌다. 가령 패스트리테일링은 해외 매출액 중 중국·홍콩·대만이 22.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