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의 민간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논란이 확산되는 모양이다.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가 최고 입찰가를 냈던 메리츠종합금융 컨소시엄(메리츠종금·메리츠화재·STX·롯데건설 등, 이하 메리츠 컨소)의 관계법령 위반을 이유로 최종 선정에서 탈락시켰기 때문이다.
이에 메리츠 컨소는 코레일 결정에 불복해 법적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코레일 측은 법적인 부분은 물론 심사절차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메리츠 컨소가 관계 법률은 물론 공모지침을 위반한 소지가 많아 탈락이 정당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소송 당사자 중 일방은 원인이 된 행위의 진행의 보전이나 진행을 막기 위해 가처분 신청을 하지만, 메리츠 컨소가 이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 사업계획서 '적격' 평가받은 메리츠 컨소, 최고 입찰액 제시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은 서울시 중구 봉래동 2가 122 일대의 코레일 부지를 서울역과 연계해 개발하는 복합용도개발(Mixed Use Development, MXD)로 사업비만 약 1조6000억원에 달한다. 컨벤션센터와 오피스, 호텔, 오피스텔 등이 함께 조성돼 '강북의 코엑스'로도 불린다.
지난 3월 28일 한화종합화학 컨소시엄(한화종합화학·한화건설·한화역사·한화리조트·한화에스테이트)과 삼성물산 컨소시엄(삼성물산·미래에셋대우·미래에셋자산운용), 메리츠 컨소시엄이 공개입찰에 참여했다. 여기에서 메리츠 컨소만 금융사가 재무적투자자(FI)가 아닌 사업주관사를 맡았다.
↑ [자료 매경DB] |
그러나 "메리츠 컨소 측이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위반했다"는 이의가 제기되자 코레일은 4월 말로 예정했던 발표를 미뤘다. 금산법에 따르면 금융사가 비금융사에 의결권이 있는 주식 20% 이상을 출자하는 경우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메리츠종금(35%)은 계열사인 메리츠화재(10%)와 함께 이번 컨소시엄에 지분을 45%나 출자했지만, 금융위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지적때문이다.
이에 코레일은 메리츠 컨소에 지난달 30일까지 금융위 승인을 받아올 것을 요구했지만, 메리츠 컨소 측은 마감 시한까지 승인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이달 9일 메리츠 컨소를 후보에서 제외한 코레일은 약 7000억원을 써낸 한화 컨소를 우선협상자로, 차순위협상자로는 삼성물산 컨소를 최종 확정했다.
코레일 측은 "약 50일의 기한을 두고 메리츠종합금융 컨소시엄에 금융위원회 사전승인 등을 통한 소명 기회를 줬다"면서도 "관련법률 및 공모지침서상 사업주관자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내·외부 전문가의 검토를 거쳐 메리츠종합금융 컨소시엄을 우선협상자 선정대상에서 제외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 금산법 위반 지적에 코레일, 메리츠 측에 금융위 승인 요구
이 발표에 메리츠 컨소 측은 즉각 "코레일이 애초부터 사실상 불가능한 요구를 했다"며 "해당 사업자 선정에 대한 가처분소송을 신청한 후 본안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메리츠 측은 금융위 승인 신청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승인 시기가 부적절했다"고 반박했다. 공모지침서상 우선협상자 선정 후 3개월 이내에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의결권 있는 지분을 20% 미만으로 낮추면 문제가 없는데, 코레일이 자격을 주기도 전에 자격이 있어야 얻을 수 있는 금융위 승인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모지침서(제10조 4항)는 '사업주관자는 사업수행이 가능하도록 관계법령이 정하는 허가, 인가, 면허, 등록, 신고 등을 받았거나 자격요건을 구비해야 한다'며 금융위 승인 등 중요 법률 요건을 공모 전에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공모지침서 제30조 3항의 '사업신청 시 제출한 컨소시엄 대표자 및 컨소시엄 구성원의 지분율은 SPC를 설립하는 경우 동일한 지분율을 보유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메리츠금융지주의 지분만 20% 미만으로 낮추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관련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 서울역 일대 전경 [사진 = 강영국 기자] |
추후 메리츠금융그룹이 의결권 있는 지분율을 20% 이하로 낮추는 것도 문제다. 무의결권 주식을 상법이 허용하는 최대치(25%)까지 발행해도 의결권이 있는 주식은 20%가 돼 결국 금융위 승인을 받아야하는 대상이 되고, 이럴 경우 컨소시엄 지분에 따라 25%를 소유한 STX에 최대 의결권이 넘어가게 된다. 이는 실질적인 사업주관자 변경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공모지침서 제11조 5항과 제2조 7항에는 각각 '사업신청시부터 사업준공시까지 사업주관자 변경이 불가하다', '사업주관자는 컨소시엄 구성원 중 최대지분을 가진 자로서 구성원으로부터 본 사업 추진에 필요한 모든 권한을 위임받은 자'라고 나와 있어 이를 놓고 보면 해당 방안은 공모치침을 어기게 되는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저런 구도가 되면) 메리츠 금융그룹이 최대 지분을 투자했으면서도 최대 의결권을 갖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밖에 없다"며 "특히 최대 의결권을 갖게 될 STX의 신용등급이 CC에 불과하고 자본 총계도 공모지침상 주관사 자격(500억원)에 미달한다. 메리츠 컨소가 사업계획서 평가에서 신용등급 평가항목 점수를 높이기 위해 급하게 메리츠금융그룹을 전면에 내세우다 보니 공모지침서를 면밀히 검토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현재 사업 진행과정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22일 "(메리츠 컨소시엄으로부터) 아직 (소송 관련) 연락을 받은 부
"컨소 구성업체들과 함께 가처분소송 준비를 하고 있다"며 반발했던 메리츠 컨소 측에 22일 소송 준비 진행사항 등의 확인을 요청했으나 일정이나 세부 사항에 대한 말을 아꼈다.
[디지털뉴스국 조성신 / 이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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