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은 현승훈 회장의 장남 현지호 부회장의 화승알앤에이와 차남 현석호 부회장의 화승인더스트리를 중심으로 계열 분리에 나서고 있는데, 올해 들어 화승인더 주가가 50% 급등하면서 지배구조에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양사가 서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데 화승알앤에이는 재무 압박을 받고 있어 가치가 급등한 화승인더 주식 매각 가능성이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형님 회사' 격인 화승알앤에이가 화승인더 지분을 팔았다가는 '동생 회사'의 지배력이 흔들리는 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화승인더 주가는 23일까지 50.1% 올랐다. 올해 실적 기대감과 미·중 무역전쟁 수혜주로 묶이면서 기업가치가 크게 오른 것이다. 화승인더는 포장용 합성수지 제품 제조·판매가 주요 사업이며 지분 71.73%를 들고 있는 종속회사 화승엔터프라이즈 실적 호조 덕분에 실적이 증가하는 추세다. 화승엔터프라이즈는 아디다스 신발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다. 단가가 높은 '이지부스트' 등 아디다스 신발 수주 물량이 늘면서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다. 베트남 신발공장을 중심으로 중국지역 생산 의존도가 낮다는 점도 호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화승엔터프라이즈의 동남아시아 신발 생산 비중이 80~90% 수준이어서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악재를 피했다"면서 "화승엔터프라이즈 실적 증가로 중간지주사 격인 화승인더 실적도 개선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화승인더의 올해 영업이익은 880억원으로 작년(577억원)보다 52.5%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화승인더 최대주주는 이 회사 지분 16.16%를 보유한 현석호 부회장이다. 현지호 부회장 지분율은 0.24%에 불과하며, 현승훈 회장은 개인 2대 주주(6.47%)다. 그룹 신발사업은 화승인더 대표인 현석호 부회장이 주도하고 있다.
문제는 화승알앤에이가 화승인더 지분 9.98%를 보유하고 있는 데다 화승인더 역시 화승알앤에이 주식 9.9%를 들고 있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계열 분리와 상호출자 해소를 위해 서로의 주식이 향후 매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 들어 화승인더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화승알앤에이가 화승인더 주식을 매각하는 게 유리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최근 재무지표가 나빠진 화승알앤에이 입장에서도 당장 현금화가 가능한 계열사 주식 매각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화승알앤에이는 자동차용 부품·소재, 고무제품 등을 생산하는데 최근 자동차시장 불황으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
이 업체는 2017년과 2018년 모두 순이익이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화승알앤에이 단기차입금은 6835억원에 달하는데 현금성 자산은 1934억원에 그쳤다. 단기 채무가 보유 현금보다 3.5배가량 많아 부채비율은 456.7%를 기록했다. 2016년 말(311.93%) 이후 3년여 동안 지속적으로 부채비율이 상승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재무 개선을 위해 비핵심 자산 매각이 필요한데 계열 분리가 예정된 화승그룹 내에서는 화승알앤에이가 보유한 화승인더 주식이 향후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2017년 3월 말 화승알앤에이는 보유 중인 화승인더 지분 420만주(7.59%)를 블록딜로 매각했다. 종전 17.57%에 달하던 지분율이 현재(9.98%) 수준으로 낮아졌고 증권가에서는 계열 분리와 상호출자가 일부 해소됐다는 평가를 내놨다.
문제는 오너 일가 화승인더에 대한 지배력 유지다. 현재 화승인더 오너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33.59%다. 24일 기준 외국인 지분율과 국민
더구나 국민연금은 화승인더처럼 배당성향이 낮은 기업에 대한 경영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작년 화승인더 배당성향은 10.66%에 그쳐 코스피 평균의 반 토막 수준이었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