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확충 난항으로 정상 영업에 차질을 빚고 있는 케이뱅크가 DGB금융지주의 수혈을 받아 증자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케이뱅크의 신규 투자자 유치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 주주 가운데 지분율을 늘릴 여력이 있는 DGB금융이 '다크호스'로 떠오른 것이다.
28일 DGB금융 고위 관계자는 "케이뱅크 측 제안을 받고 사업 계획과 전략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구체적인 투자 금액과 방안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케이뱅크 주주단 관계자도 "케이뱅크 핵심 주주인 KT가 DGB금융에 유상증자를 제안해 심도 있게 논의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재 DGB금융은 자회사인 DGB캐피탈을 통해 케이뱅크 지분 약 3%(보통주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증자 금액과 방식 등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 중이다. 일각에서는 DGB금융이 케이뱅크 목표 자본금 1조원의 10% 수준인 1000억원을 투자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약 2000억원 수준에서 KT와 DGB금융이 공감대를 이뤘다는 이야기도 있다.이 같은 대규모 증자는 KT가 담합 혐의 수사 등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해소할 때까지 금융 주력자인 DGB금융의 힘을 빌려 케이뱅크를 끌고 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증자가 이대로 성사된다면 DGB금융은 우리은행(13.79%)보다도 지분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확한 지분율은 DGB금융 투자 방식과 다른 주주들의 지분 정리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현재 케이뱅크 자본금은 5051억원 규모로 건전성 비율을 유지하면서 사업을 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상황이다. 지난 4월부터 일부 대출을 중단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경쟁사인 카카오뱅크는 증자 등을 통해 현재 자본금이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케이뱅크는 한때 우리은행 주도로 총 3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됐지만 현재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올해 지주사로 전환한 우리금융은 비은행 부문 인수·합병(M&A)이 우선순위인데, 케이뱅크 지분을 늘리면 향후 추가 증자 시 자금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미온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