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한국감정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7월 마지막주(7월 29일 기준) 강남구 전세가격 변동률은 0.09%에 달했다. 전주 0.04%에서 상승률이 2배 이상 뛴 것이다. 서초구는 재건축 이주 수요까지 몰리면서 0.18%로 급상승했다.
여름은 보통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중학교에서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학교 신청을 위해 전셋집을 알아보는 기간이다. 특히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진학하는 자녀가 있는 경우 근거리 배정이 원칙이고, 10월에 학교 신청을 해야 하니 보통 9월까지는 이사를 한다. 고등학교 진학 학생이 있는 가정도 11월 전에는 이사하고 주소를 옮겨놔야 한다. 이 때문에 8~9월이 강남·서초구의 전세 극성수기로 불린다.
문제는 올해는 매년 가장 극심하게 수요가 많이 몰려 가격이 오르는 8월이 아니라 6월 말부터 전셋값 상승이 시작됐다는 것. 지난 1년간 약세를 면치 못했던 이들 자치구의 전세가격이 6월 말부터 오르고 매물 품귀가 시작됐다. 강남구의 작년 같은 시기 전세가격 변동률을 보면 7월 내내 마이너스를 기록하다가 마지막주에야 소폭 상승했고, 8월 가격 급등이 일어난 데 반해 올해는 그 상승 시점이 한 달 이상 당겨졌다.
강남구 대치동 소재 A공인중개 관계자는 "작년보다 전셋집을 보러 오는 시기가 빨라진 감이 분명히 있다"면서 "중개사들끼리는 아무래도 자사고 폐지 등이 이슈가 되면서 불안감을 느낀 학부모들이 서둘러 집을 알아보는 게 아닌가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사고는 거주하는 지역과 무관하게 지원이 가능하고, 일반고는 1지망만 지역 무관 지원이 가능하다. 일반고 3지망은 근거리 및 무작위 배정이다. 자사고 폐지 이슈가 불거지기 전에는 버스로 멀지 않게 통학할 수 있는 곳에 사는 경우 굳이 이사를 하지 않는 학부모도 있었다. 그러나 작년 자사고와 일반고의 지원 날짜가 같아지면서 학군이슈가 커졌다. 자사고에 지원했다가 떨어지느니 일반고에 안전하게 지원하는 게 좋다는 전략과 일반고에 지원하면 3지망까지 갈 것에 대비해 학군이 좋은 곳에 사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세화고 등 자사고 폐지가 현실화하면서 이 같은 학부모들의 우려가 곧바로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학부모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강남구 대치동·도곡동 일대 아파트 전세가격과 매물을 현장 점검한 결과 전세는 매물 자체가 없고, 가격도 올라가는 경향을 보였다. 숙명여중·숙명여고가 바로 옆에 있는 도곡동 소재 '도곡삼성래미안'(782가구)은 전용 59㎡의 소형 면적 전세 매물이 1~2개에 불과했다. 전용 84㎡ 역시 매물이 10개가 채 안 됐다. 워낙 아파트 상태가 좋지 않아 전세로는 인기가 떨어지는 대치동 '은마아파트'조차 1주 만에 전세시세가 500만원 뛰었을 정도다.
최근 자사고에서 탈락한 세화고나 명문 학군으로 분류되는 서울고 등이 있는 서초구는 재건축 이주 수요까지 겹쳐 전셋값이 많이 올랐다. 철거·공사가 시작되는 신반포3차·경남과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사이에 껴 있어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됐던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전셋값은 연초만 해도 주춤하다가 자사고 폐지 등 이슈가 불거지며 도로 상승했다. 이 단지 전용 84㎡ 전세시세는 1~2개월 전만 해도 12억원대였는데 현재는 14억원대가 대세다.
또 10월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이주가 시작되면 전셋값 상승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8월에 1300가구가 넘는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 '디에이치아너힐즈' 입주가 예정돼 있고 내년엔 '래미안강남포레스트'(2296가구)와 '논현아이파크'(99가구) 등도 집들이를 한다. 서초구에서도 내년 '신반포센트럴자이'(781가구)와 '래미안리더스원'(1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강남권 전셋값은 당분간은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인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