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 극복 액션플랜 ④ / 금융경쟁력 개선 어떻게 ◆
8일 국제결제은행(BIS) 등에 따르면 한국 기업과 공공기관이 홍콩과 뉴욕 등 일본 금융기관의 해외 거점에서 조달한 총여신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338억달러(약 40조원)에 달한다. 반면 한국에 있는 일본계 금융사가 한국 내에서 보유한 여신은 약 29조원이다. 국내 기업이 해외 소재의 일본계 은행 등을 통해 빌린 돈이 국내보다 더 많은 것이다. 그나마 국내에 진출한 일본계 은행들이 가진 대출은 금융당국이 실시간으로 파악하며 대응할 수 있지만, 해외에서 발생한 대출은 이것이 불가능하다.
국내 금융사가 일본에서 진 빚도 위험요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금융사의 대일본 채무는 17조원 규모다. 이 가운데 8조원이 1년 안에 만기가 도래한다. 만약 일본의 금융보복이 현실화돼 대출 회수에 나설 경우 기업과 은행 양쪽에서 자금공백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상근자문위원은 "비록 가능성은 낮지만 일본 정부가 다양한 행정수단을 이용해 금융사를 압박하는 방법으로 금융보복에 나설 위험이 있다"며 "리스크에 대비하는 동시에 이를 극복할 수 있을 만한 금융 체력 키우기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장 위기를 넘어선다 해도 일본 금융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 금융이 갈 길은 멀다. 금융권에 따르면 현지 3대 메가뱅크(미쓰비시UFJ·미쓰이스미토모·미즈호)를 보유한 '빅(Big) 3' 금융지주와 국내 주요 시중은행을 계열사로 둔 신한·KB·하나금융의 차이는 그야말로 넘을 수 없는 수준만큼 벌어진 상태다.
일본 1위 금융그룹인 미쓰비시금융그룹(MUFG)이 보유한 총자산은 약 3422조원이다. 지난해(2018년 4월~2019년 3월)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은 9조6000억원 수준이다. 국내 최대 금융지주인 신한의 530조원, 3조2000억원과 비교하면 외형은 5배, 수익은 3배나 더 큰 것이다. 이를 포함해 미쓰이스미토모금융그룹(SMFG), 미즈호금융그룹(MFG)까지 일본 3대 금융그룹의 총자산은 7800조원, 연간 순익은 24조원 규모로 한국 3대 금융그룹(1400조원, 8조원)을 압도한다.
사업의 '질' 역시 앞선다. 올해 1분기 MUFG가 벌어들인 영업이익 중 글로벌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39%, 기업 인수·합병 금융 등 투자은행(IB) 비중은 29%로 소매금융·기업금융·글로벌시장이 황금비를 맞추고 있다. 미즈호도 전체 매출에서 IB 등 기업금융은 25%, 글로벌은 32%를 차지했다. 올 상반기 전체 영업이익에서 국내 대출로 거둔 이자수익이 80%에 육박하는 국내 은행과 비교된다.
이 때문에 각종 국제지표에서 일본의 금융경쟁력은 한국을 한참 능가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집계한 지난해 국가 경쟁력 평가 가운데 '금융 시스템(Financial system)' 순위에서 일본은 86.4점으로 10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81.1점으로 19위에 그쳤다. 평가지표를 바꾼 덕에 1년 전보다 55계단이나 뛰어올랐지만 일본뿐 아니라 태국(14위), 말레이시아(15위), 심지어 남아공(18위)보다도 뒤진 것이다.
일본 금융이 한국보다 규모뿐 아니라 사업 내용 면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저금리로 수익성이 떨어진 일본 현지 영업에서 벗어나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린 영향이 크다. 일본 은행들은 이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해외 중에서도 미국이나 유럽시장의 매력도 저하로 아세안 지역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투자 규모 또한 상당하다. MUFG는 2013년 5400억엔(약 5조원)을 투자해 태국 아유타야은행을 인수했고, 2016년에는 필리핀 대형 은행인 시큐리티뱅크 지분 20%를 매입했다. 대형 은행들이 해외 진출을 주도했고, 이 결과 전체 수익에서 해외영업 비중이 2015년 이미 30%를 돌파했다. MUFG의 경우 50여 개국에 진출했고 우리나라 은행들이 넘보지 못한 칠레, 아르헨티나 등 남미국가부터 스페인, 이집트까지 손을 뻗은 상태다. 이 때문에 일본 은행들의 해외 대출 규모도 2016년 91조엔(약 1000조원)을 넘어섰다.
한국도 '금융 한류'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비중을 확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글로벌 기준에는 못 미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4대 시중은행의 해외 순이익 비중은 10%대 수준이다. 특히 올 상반기에만 100조원 규모로 세계 굴지의 금융사들의 각축전이 벌어지는 프로젝트 파이낸스(PF) 시장에서 일본과 한국 금융사 간 차이는 극명하다. 톰슨로이터가 발간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스 인터내셔널' 2019년 상반기 보고서를 보면 일본계 은행들이 전 세계 대형 인프라 사업 융자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PF 규모 1위인 MUFG를 포함해 미쓰이스미토모와 미즈호까지 일본 3대 은행이 세계 시장 점유율 1, 2, 3위를 차지했다. 반면 국내 금융사 중에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12위)만 상위 20위권에 포진해 있다. 하나은행, 우리은행은 모두 100위권 밖이다.
그나마 우리가 앞서 있다고 자신하는 핀테
[김태성 기자 /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