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관리처분계획 신청을 마무리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했으나 비대위의 소송으로 1심에서 관리처분 무효 판결을 받아 재건축이 미궁에 빠진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전경. [매경DB] |
재건축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지던 반포주공 사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이후 가뜩이나 위축된 재건축 시장은 충격이 불가피해졌다. 16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는 반포주공 재건축 조합원 한 모씨 등 270여 명이 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관리처분계획 총회결의 무효확인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했다. 관리처분계획을 가결시킨 조합의 총회결의가 효력이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다만 재판부가 당일 판결문을 외부에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아 원고 승소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득천 반포주공 조합장은 "즉각 상고하겠다"며 "대법원 판결까지 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 조합장은 "아직 판결문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며 "관리처분계획에 포함된 분양 가격이나 사업 가치는 예상 가격일 뿐, 최종 금액도 아닌데 이 같은 소송 결과가 나와서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반포주공 조합원들의 내부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총 2120가구가 전용 84㎡, 107㎡, 196㎡로 구성된 이 단지는 대형 평수 조합원들이 '1+1' 재건축과 관련해 중형 평수 조합원에 비해 손해를 본다며 소송을 건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합원 일부는 '1+1 분양'을 신청할 수 없다고 안내받았으나, 조합이 일부 조합원에 대해서는 이 신청을 받아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나왔다.
아직 1심 결과일 뿐이고, 조합 측이 이에 대해 응소할 예정이어서 최종 판결을 예측하긴 어렵다. 하지만 소송이 이어지면서 반포주공 재건축 일정이 상당 기간 늦춰지거나 차질을 빚게 될 것은 분명하다.
일단 총회결의가 무효로 결론 나면서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후 가능한 주민 이주는 상당 기일 연기된다. 조합은 오는 10월 이주를 앞두고 있었는데, 관리처분계획이 취소되면서 한동안 이주가 불가능하게 됐다. 항소를 통해 2심에서 승소하더라도 원고 측이 상고하면 3심까지 갈 수 있기 때문에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는 1년 이상 기다릴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매달 수십억 원의 금융비용이 나가는 이주비용을 수년간 내면서 조합 내부 소송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초구와 강남구 일대 반포주공 이주에 따른 전세 수요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가장 주목되는 문제는 반포주공이 2017년 12월 서둘러 관리처분계획 신청을 내면서 극적으로 재건축초과이익환수금을 피했다는 점이다. 2018년 1월 국토교통부가 재건축부담금을 설계하면서 강남 모 단지에서 재건축부담금이 조합 1가구당 8억원이 넘을 수 있다는 충격적인 발표를 했는데, 그 단지가 반포주공이라는 얘기가 파다했다. 현재 재건축을 정식 추진하는 단지 중에서 반포주공이 시가총액 면에서 가장 큰 사업장이기 때문이다.
만약 관리처분계획 인가가 취소되면서 이 단지의 재건축부담금이 부활된다면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는 아예 사업 자체를 접고 무기한 연기할 가능성마저 존재한다. 이에 대해 서초구청은 반포주공 건과 관련해 바로 관리처분인가가 취소되는 것은 아니며 향후 이어질 행정소송에서 법리적 문제를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초구 관계자는 "관리처분인가 자체가 모두 취소될지, 관리처분변경인가를 다시 받는 '하자 치유'의 형태가 될지는 변호사와 논의해봐야 한다"며 "하자 치유 형식으로 가면 재건축초과이익환수금을 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도 '큰형님' 격인 반포주공의 향후 절차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포주공 재건축이 무산되면 뒤따르던 단지들도 내부적으로 분란을 겪을 수 있고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고종옥 베스트하우스 대표는 "반포주공은 국내 아파트 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가진다"며 "반포주공 재건축이 중단되거나 무기한 연기되면 서울 새 아파트 공급 면에서도 큰 충격파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전범주 기자 / 추동훈 기자 /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