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래가로 신고한 전월세 주택은 임차인의 확정일자가 자동 부여돼 별도 장치가 없어도 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있다.
다만 집주인 입장에선 '사각지대'에 있던 임대소득이 과세되면서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현재 임대소득이 연 2000만원 이상이면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이지만 그 이하는 사실상 사각지대에 있었다. 특히 2000만원 이상 임대소득자도 신고가 의무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임대소득을 누락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 전월세 신고가 의무화되면 누락되던 2000만원 이상 임대소득자가 모두 노출되고, 연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도 내년부터는 법 개정으로 분리과세 대상이 돼 집주인의 세금 부담이 어떤 식으로든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그간 전월세 신고제 도입을 추진해 온 국토교통부와 공동 검토·논의를 거쳐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세부 내용이 조금 바뀔 수 있지만 큰 틀에선 공감한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에는 주택 임대차 계약 때 30일 안에 임대계약 당사자, 보증금 및 임대료, 임대기간, 계약금·중도금·잔금 납부일 등 계약 사항을 관할 시·군·구청에 신고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공인중개사가 계약서를 작성한 경우에는 중개사, 임대인과 임차인이 직거래한 경우에는 임대인이 신고해야 한다.
보증금, 월세 등 임대차 조건이 바뀌었을 때도 중개인 또는 임대인이 변경 내용을 신고해야 한다. 만일 신고하지 않거나 거짓 신고를 했을 때는 각각 100만원 이하, 5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주택 임대차 계약을 신고하면 자동으로 확정일자가 부여된다. 임차인이 별도 장치 없이 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오피스텔, 고시원 등 비주택은 신고 대상에서 제외된다.
개정안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로부터 최초로 계약이 체결되는 주택부터 적용한다. 만약 법안이 올해 말에 통과되면 이르면 2021년부터 임대차 신고제가 시행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부동산 매매 계약은 2006년에 도입한 부동산 거래신고 제도에 따라 실거래 정보를 반드시 관할 시·군·구에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주택 임대차 계약은 신고 의무가 없어 확정일자 신고나 월세 소득공제 신청, 등록임대사업자의 신고 현황을 통해서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감정원이 주택 임대차 정보 시스템(RHMS)을 통해 추정한 결과에 따르면 임대용 주택 673만가구 가운데 임대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주택은 153만가구(22.8%)에 그쳤다.
하지만 정부의 움직임이 민간 임대 시장 위축과 전월세 가격 상승 등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노후 은퇴자 등 임대인들이 저항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공인중개업자도 매매에 이어 전월세 거래에 대해 신고 책임이 주어지는 데다 중개수수료 수입이 고스란히 노출되기 때문에 신고제를 은근히 꺼린다는 게 업계의 귀띔이다.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