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30일 오전 서울 태평로 본관에서 이주열 총재(사진)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하기로 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건설투자 조정과 수출·설비투자 부진이 지속된 가운데 소비 증가세가 약화되면서 성장세 둔화 흐름을 이어간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한 뒤 "앞으로 국내 경제는 미·중 무역분쟁 심화,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등으로 성장 전망 경로의 불확실성이 한층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같이 경기의 어려움을 인정하면서도 금리를 동결한 것은 향후 정책 여력 비축 차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태근 삼성증권 글로벌채권팀장은 "통화정책 방향문은 평이했고 총재 기자간담회 발언은 소극적으로 보였는데, 1%까지 기준금리를 열어두는 걸 경계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0.25%를 내린 데 이어 또 한 차례 더 내릴 경우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 수준인 1.25%까지 떨어지게 된다.
지난달 금리 인하 영향을 모니터링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고, 다음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통화정책 결정을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동결 배경으로 꼽힌다.
여기에 조동철 위원과 신인석 위원 2명이 소수의견을 내면서 인하 기대감은 더욱 커진 모습이다. 이미선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소수의견 2명까지는 다수의 예상이 아니었던 만큼 국채선물이 일시적으로 강세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은 성장률 수정 전망치가 발표되는 11월보다 9월 미국 FOMC 정례회의 직후인 10월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한은 총재의 경기와 물가 부문에 대한 판단은 다소 소극적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수출규제에 대해 이 총재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했으나 이것의 영향을 현재로선 예단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저물가 현상에 대해서는 "소비자물가가 기저효과로 인해 일시적으로 0% 내외로, 두세 달 정도는 마이너스를 나타낼 수 있다"고 답했다. 7개월째 0%에 머물고 있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하반기에는 마이너스까지 떨어질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공급 측 하방 압력이 완화되면서 빠르게 반등해 내년에는 1%대로 높아질 것"이라며
박태근 팀장은 "총재 코멘트 중 저성장에 대한 공격적인 이야기가 없었고, 저물가에 대해서도 내년 1%대로 회복할 것이라는 말은 연내 추가 인하에 이어 내년 1분기 두 번째 추가 인하를 보는 시장의 기대를 흐린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연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