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7일까지 코스닥 종목 중 기관 순매수 1위는 동진쎄미켐이다. 이달 기관은 동진쎄미켐에 대해 392억원 매수 우위를 보였는데, 이 중 연기금이 절반 수준인 176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연기금 등 기관이 앞장서서 이 종목을 매수하는 이유는 동진쎄미켐이 반도체 소재 국산화의 첨병으로 부각되기 때문이다. 일본은 올 하반기부터 반도체 주요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에 나서고 있다. 주요 소재별 일본 의존도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94%, 포토레지스트 91%, 에칭가스 44% 등이다. 동진쎄미켐은 이 가운데 반도체용 포토레지스트를 만드는데,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떨어질수록 이 업체 실적이 증가할 전망이다.
이 밖에도 동진쎄미켐은 디스플레이용 전자재료, 산업용 기초 소재인 발포제를 제조한다. 화성 발안과 시화, 인천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최근 액정표시장치(LCD) 시황이 악화하면서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소재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올 2분기 기준 디스플레이 소재 공장 가동률은 47%지만 반도체 쪽은 74%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를 포함한 삼성전자 매출 의존도는 27.2%다. 삼성전자가 동진쎄미켐의 최대 고객사다. 회사 관계자는 "반도체 전자재료 사업 중심으로 삼성전자 관련 매출이 점차 늘고 있다"며 "회사 방침상 실적 가이던스(추정치)를 제시할 수 없지만 올 상반기 기준으로 작년 대비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동진쎄미켐 사상 최대 실적은 2017년으로 당시 연결기준 71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삼성전자가 동진쎄미켐에 대한 투자를 결정한 때도 이 시기다. 같은 해 상반기 영업이익 340억원으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데다 삼성전자가 협력사와 관계 강화를 모색하던 시기라는 점이 맞아떨어졌다.
또 동진쎄미켐은 이부섭 회장이 차남인 이준혁 부회장에게 승계 작업을 하던 때라 자금이 필요한 시기였다.
이에 따라 2017년 11월 삼성전자는 이 회장 지분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물량을 사들여 동진쎄미켐 지분 4.8%를 확보했다. 삼성전자가 동진쎄미켐에 대해 '백기사' 노릇을 자처한 셈이다.
주가가 고점일 때 이 회장 지분을 매각해 마련한 자금을 통해 '이 부회장→미세테크→동진홀딩스→동진쎄미켐'으로 이어지는 현 지배구조를 다질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지분을 매입했다는 소식에 동진쎄미켐 주가는 2017년 말 2만원대로 치솟았다. 그러나 이후 별다른 실적 호재가 나오지 않은 데다 2018년 실적도 전년 대비 감소하면서 주가는 고점 대비 반 토막 났다.
올해 7월 초 일본의 반도체 소재를 중심으로 한 경제 보복 사태는 동진쎄미켐에 반사이익으로 작용했다. 토종 소재 기업들이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에 대한 물량을 더 늘릴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소재 생산 확대를 위한 인허가 절차도 간소해지고 있다. 이달 경기도는 동진쎄미켐이 화성시 양감면 일원에 조성하는 '화성 동진일반산업단지계획'을 조건부로 통과시키기도 했다.
각종 호재에 지난 6월 말 이후 이달 27일까지 이 종목 주가는 69.7% 급등해 현재 1만7050원까지 상승했다. 작년 말(7310원)과 비교하면 133.2%나 올랐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 488억원으로 또다시 최대 실적을 기록하자 증권가에서도 동진쎄미켐에 대한 분석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