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부자가 적게 늘어난 것은 주식 시장 부진 때문으로 분석된다. KB금융 경영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코스피가 2016년 말 2026에서 다음 해 2467로 21.8% 급상승하며 주식 가치가 상승하자, 2017년 부자 수가 14% 이상 급증했다"며 "지난해에는 코스피가 다시 2041로 떨어지면서 부자 수 증가세가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부자들이 보유한 총 금융자산은 지난해 말 2017조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7% 줄었다. 부자들의 금융자산이 감소한 것은 5년 만에 처음이다. 한국 부자 10명 중 7명은 서울(14만5000명), 경기(7만명), 인천(1만명) 등 수도권에 사는 것으로 조사됐고, 그 외는 부산 대구 경남 순이었다.
부자들의 총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53.7%, 금융자산 비중은 39.9%였다. 나머지는 골프회원권이나 미술품 등 실물자산이었다. 부동산은 전년보다 0.4%포인트 늘어난 반면 금융자산은 같은 기간 2.4%포인트나 감소했다.
이들이 보유한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거주 주택(19.7%)이었으며 빌딩·상가(17.9%), 유동성 금융자산(14%)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유동성 금융자산 비중은 1년 새 4.3%포인트 늘었는데, 이는 전체 자산 중에서 가장 많이 뛴 것이다.
보고서에는 연구소가 부자 4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담겨 있다. 여기에 따르면 부자 10명 중 4명은 투자에서 실패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3년간 투자하면서 손실을 경험한 경우는 40.3%였으며, 손해를 본 자산 유형에서는 주식(55.9%)과 펀드(24.8%)가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평균 손실률은 주식 28.1%, 펀드가 27.8%에 달했다. 주식으로 60~70%까지 손해를 본 부자도 8.9%나 됐다.
부자들의 '부동산 불패 신화'는 굳건했다. 장기적으로 수익이 예상되는 유망 투자처 1~3위로 빌딩·상가, 거주 외 주택, 거주 주택 등 모두 부동산을 골랐다. 전체 부자 중 절반 이상은 해외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있었다. 직접투자보다 펀드, 리츠를 통한 간접투자를 더 선호했다. 투자를 원하는 지역으로는 베트남이 가장 많았고 싱가포르 중국 말레이시아가 그 뒤를 이었다.
올해 자산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부자들은 모든 자산의 투자를 늘리기보다 유지하는 쪽을 택했다. 지난해 금융자산을 늘리겠다는 답변은 26.5%였지만 올해는 10%로 쪼그라들었다. 부자들이 꿈꾸는 노후생활은 평균 67.7세에 은퇴해 여행을 다니며 가족·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은퇴 후 가장 주요한 지출로 예상되는 항목으로 여행비(23%), 자녀·손자녀 용돈(19.8%), 친목·동호회 활동비(15.8%) 등이 꼽혔다.
전체 부자 10명 중 4명(38.3%)은 '지금 세금을 내더라도 자녀에게 자산을 증여할 수 있다'고 답했는데, 이는 '증여하지 않겠다'(19.8%)는 답의 두 배에 달한다. 사업체를 운영하는 부자 중 57.4%는 자녀에게 가업을 승계할 계획이 있지만, 30.6% 응답자는 물려주지 않고 매각이나 폐업을 고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매각·폐업 이유로는 '자녀가 가업을 물려받을 의향이 없어서'가 48.5%로 가장 많았고, '향후 사업성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서'가 24.2%로 2위였다.
한편 한국 부자 중 47%는 자산 축적의 원천으로 사업소득을 꼽았는데, 이는 2위인 부동산 투자(21.5%)의 두 배 이상이다. 또 부자 가구의 연간 소득은 평균 2억2
이를 통해 사업, 부동산 투자 등에 쓸 수 있는 부자들의 종잣돈 규모는 평균 6억7000만원으로, 이는 5년 전보다 1억5000만원 더 많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