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금융감독원은 내년도 회계감사 계약을 앞두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KB금융지주 등 대형 상장사를 중심으로 주기적 지정 대상 220개사를 선정했다.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는 2015년 대우조선해양의 수 조원대 분식회계 사건 이후 회계개혁을 추진하면서 마련된 제도로 2020년 회계감사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금감원이 220개사를 지정한 이유는 국내 상장사들의 회계감리 주기가 20년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선진국과 같이 10년 이하로 줄이기 위해 9년을 기준으로 설정한 결과다. 현행 2000곳에 달하는 코스피, 코스닥 상장사들이 9년에 한 번은 금융당국이 지정한 감사인으로부터 회계감사를 받게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이를 통해 상장사들은 9년 중 3년은 지정된 감사인에게 회계감사를 받고 6년은 자유선임을 통해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기적 지정 대상이 된 상장사들은 특별한 문제가 있어서 당국이 지정한 곳이 아니며 회계개혁에 따라 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자산 순위별로 지정된 경우"라며 "올해 계약이 끝나는 대상일 뿐 별도의 문제가 있는 곳은 아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 회사는 한 차례에 한해 재지정을 요청할 수 있다.
다만 기업들은 강제로 감사인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일시적인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첫 번째 문제는 감사비용 증가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재무, 상장심사 등의 기준에 따라 감사인이 지정됐던 699개사 가운데 497개사의 감사 보수가 자유선임했던 2017년 대비 평균 2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166%), 2017년(137%)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이다. 자산 1조원 이상 대형 회사(169%)에 비해 협상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형 회사(253%)의 보수 증가율이 더 높아 중소형 회사의 부담이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과도한 지정감사 보수 지급에 따른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정감사 보수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재지정요청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기업의 협상력을 높여줄 방침"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주기적 지정제에 따라 기업별로 1.5배에서 2배가량 감사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형 상장사들은 해외 법인의 감사인 교체를 두고도 혼란에 빠졌다. 일반적으로 PwC, KPMG, 딜로이트, EY 등 글로벌 빅4 회계법인들은 모회사의 감사의견을 내기 위해서는 해당 감사인이 연결재무제표상 60% 수준의 계열사를 감사해야 한다는 자체 규정을 두고 있다. 권고사항이지만 감사를 받는 회사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예컨대 해외 계열사만 200곳이 넘는 삼성전자는 지난 40년간 국내외에서 삼일과 해외 제휴사인 PwC의 회계 기준에 따라 감사의견을 내왔다. 그런데 앞으로 국내에서는 안진과 제휴사인 딜로이트 기준으로 감사를 진행하고 해외에서는 PwC 기준을 적용하면서 향후 전체 연결재무제표 작성 시 감사인별로 의견이 엇갈릴 가능성이 있다. 의견 조율기간이 길어질수록 수검 부담과 함께 실적공시 지연
■ <용어 설명>
▷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 상장회사나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대형 비상장 주식회사가 6년 연속 감사인을 자유 선임하면 이후 3년은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하는 감사인을 선임하는 제도다. 기업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진영태 기자 / 우제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