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차별 받는 국산ETF ◆
작년까지만 해도 해외 직접구매 하면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으로 불리는 미국 대형 기술주가 대세였다. 실제로 한국예탁결제원이 발표하는 외화주식 결제금액을 보면 작년에는 아마존 1위, 알리바바 2위, 텐센트 4위, 엔비디아 5위,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6위, 넷플릭스 8위, 애플 9위로 미국과 중국의 기술주들이 거래 상위 종목 대부분을 차지했다. 거래대금 10위 안에 드는 상장지수펀드(ETF)는 중국CSI300과 아이셰어중국대형주ETF 둘뿐이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해외 직구족의 선호 주식은 완전히 바뀌었다. 올해 9월까지 아이셰어 신흥국USD채권 ETF와 아이셰어 회사채 ETF, 반에크 신흥국로칼표시채권 ETF가 투자 종목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9월까지 해외주식 상위 50위권 거래 규모는 139억달러였는데 이 중 63억달러가 ETF였다.
해외 직구를 주도하는 종목이 기술성장주에서 ETF로 바뀐 이유는 위험자산 기피 현상 때문이다. 작년 말 미국 증시마저 큰 폭 하락하자 증시 변동성에 지친 투자자들이 안전한 채권 투자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연초부터 미국에서 채권금리 인하로 채권값이 크게 오르자 채권 ETF 가격이 계속 상승세를 타며 매수가 늘어났다. 해외상장 ETF에는 다양한 유형의 채권 ETF가 있는 점도 해외 ETF를 고르는 이유다.
특히 상반기에는 달러 대비 원화값이 1200원까지 떨어지며 미국 달러 투자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 환테크 차원에서 달러화로 거래할 수 있는 ETF가 인기를 끌었다.
김을규 미래에셋대우 글로벌주식컨설팅본부장은 "올해 들어서는 미국 기술주를 통해 주가 상승을 노리기보다는 꾸준히 분배금이 나오는 인컴형 자산을 찾는 고객이 늘어났는데 미국 ETF 중에는 이렇게 인컴 성격을 갖는 상품이 많았다"
해외상장 ETF 중에서는 증시 방향성에 베팅하는 ETF들을 국내 투자자들이 많이 거래했다. 나스닥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ETF도 거래 상위 종목이었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