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불허방침 불구…원베일리 `통매각`강행

↑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엘루체컨벤션 웨딩홀에서 열린 신반포3차·경남 아파트 재건축(래미안 원베일리) 조합 임시총회 결과 `일반분양분 통매각` 안건이 압도적인 표 차이로 통과됐다. [박윤예 기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된 29일 서초구 반포동의 한 재건축 단지가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불허 방침을 밝힌 일반분양 통매각을 강행하기로 결정해 정부와 조합이 정면 충돌 양상으로 가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지하철 9호선 구반포역과 인접한 엘루체컨벤션 웨딩홀은 단정하게 차려입은 중장년층 무리로 가득 메워졌다. 1500명이 넘는 사람들 가운데 간간이 30대 남녀도 눈에 띄었다. 정부 규제에 정면 대결을 선언한 신반포3차·경남 아파트 재건축 조합의 임시총회장 모습이다.
반포동 신반포3차·경남 아파트 재건축(래미안 원베일리) 조합은 이날 임시총회를 열고 압도적인 표 차이로 '일반 분양분 통매각'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이 똘똘 뭉쳐 계획대로 '마이웨이'를 밟아가면서 꾸준하게 통매각 불허 방침을 밝혔던 정부와 서울시가 어떤 대응책을 들고나올지가 관심사다.
이날 '일반분양 물량을 임대사업자에 일괄매매하는 안건'에 대한 찬반 투표는 참석률 90%, 찬성률 97%가 나왔다. 조합은 이날 "총 조합원 2557명 중 2324명(서면결의 2273명)이 참여해 일반분양 통매각 안건에 대해 2261명이 찬성했다"고 밝혔다.
이날은 통매각을 위한 4가지 안건이 동시에 표결에 부쳐졌다. 조합정관 변경과 관리처분계획 변경, 일반분양 주택 일괄 매각 찬반, 임대계약자 선정 계약 승인 건 등이다. 이 4가지 안건이 통과되는 데는 불과 1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조합 집행부는 이날 표결을 바탕으로 총회 후 곧바로 관리처분인가 변경신고를 하고 이튿날인 30일 임대관리업체인 트러스트 스테이와 수의계약을 맺겠다고 공언했다. 이 업체에 다수 금융회사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 관계자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제18조 제6항에 따르면 일반분양 주택 전부를 기업형 임대사업자에게 우선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면서 "그렇게 하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승인 또는 분양가상한제하의 분양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날 1500여 명이 모인 조합총회에선 단 한 건의 반대나 잡음도 없이 똘똘 뭉쳐 결과를 내놓는 상당히 이례적인 모습이 연출됐다. 총회에 참석한 조합원 A씨(30년 거주)는 "재건축을 20년 넘게 기다렸는데 갑자기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 1억원을 더 부담하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 "건물은 이미 다 철거돼서 하루하루 조합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데 정부가 사업 추진을 못하게 하니 너무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들의 결집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통매각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조합에 형사처벌 가능성까지 들어 경고한 상태다. 반면 법조계에서는 규제를 피하기 위한 '꼼수'이지만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박일규 법무법인 조운 대표변호사는 "조합이 추진하는 통매각은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을 근거로 해 법적 하자는 없다"고 했다.
조합이 정부의 반대에도 통매각을 강행하는 이유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 분양가가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 단지가 HUG를 통해 받을 수 있는 3.3㎡당 최대 분양가는 4891만원인데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으면 일반분양가는 3000만원대로 더욱 낮아진다. 그러면 조합은 부족한 수익을 조합원이 추가 분담금 약 1억원씩 더 내도록 해야 한다. 반면 임대업체가 일반분양분 364가구를 8000억원에 사겠다는 제안대로라면 조합의 수익성 측면에서 훨씬 나아진다. 이는 3.3㎡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6000만원 수준이다.
조합은 총회 후 곧바로 서초구청에 관리처분계획 변경신고를 할 계획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이와 관련해 "조합 정관,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변경 사항인 것은 물론 그에 앞서 재건축 정비계획까지 변경해야 한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그렇게 되면 정비계획 변경 승인권자는 구청이 아닌 서울시인 만큼 통매각 허용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범주 기자 /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