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만 개통하면 누구나 대출 가능.'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휴대폰 대출' '내구제대출'을 검색하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광고 글귀다. 신조어인 '내구제대출(나를 구제하는 대출)'은 일종의 '휴대전화 깡'이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이 본인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업자에게 넘겨주고 돈을 빌리는 방식이다. 업자는 휴대전화를 원가보다 싸게 구매하고, 이를 중고로 되팔아 추가 수익을 챙긴다. 신용도가 낮은 청년들을 노린 신종 대출이다. 더 큰 문제는 업자에게 넘긴 휴대전화가 당초 약속과 달리 '대포폰'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대출자는 단말기 할부대금 외에 휴대전화 이용료까지도 부담해야 한다.
불법 대부업을 감시하는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은 그동안 이를 '변종 대부업'으로 보고 적발해왔다. 금융감독원도 지난 4월 배포한 '인터넷상 불법 금융광고 적발현황' 자료에서 휴대전화 깡을 불법 금융광고로 분류했다.
금융당국 입장은 다르다. 이달 초 휴대전화 깡을 미등록 대부업자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도 나왔다. A씨 등은 대부업 등록 없이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단말기를 외국인이나 신용불량자에게 되팔아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대법원은 거래 때 이자와 상환 기간을 정하지 않아 대부업이 아니라고 봤다. 현장에선 이번 판결로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관계자는 "대부업법을 관할하는 금융위원회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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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