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구체적 기준이 아니라 포괄적 조항을 산정 기준에 추가함으로써 국토부나 산하 기관인 한국감정원이 공시가격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근거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대한 이의 신청 건수가 작년보다 15배 가까이 급증하는 등 일반 국민이 느끼는 정부 공시가격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31일 국토부와 감정평가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23일 공동주택가격 조사·산정 기준(국토부 훈령 1232호)을 일부 개정해 같은 날부터 곧바로 시행했다. 이번 훈령 개정의 핵심은 제11조 가격 형성 요인에서 △건물 요인을 담은 제4항 마지막에 '그 밖의 공동주택가격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개별 요인을 담은 제5항 마지막에 '그 밖의 공동주택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각각 추가한 것이다. 기존에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산정할 때 △건물 요인 검토 항목은 시공의 상태, 통로 구조, 승강기 설비 상태, 건물 층수 및 가구 수, 경과 연수 및 노후도 등 5가지 △개별 요인 검토 항목은 승강기 및 계단 접근성, 조망, 일조 및 채광, 소음, 1층 전용 정원 및 최상층 추가 공간 유무, 전유 부분의 면적 및 대지 지분 등 6가지였다.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11가지가 모두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었다.
아파트 공시가격은 해당 단지 내 최근 실거래가격이 있으면 실거래가를 우선적으로 반영하지만 최근 거래 가격이 없을 경우 주변 다른 단지들 실거래가를 근거로 활용한다. 다만 단지마다 주변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국토부가 제시한 산정 기준의 가격 형성 요인들을 반영해 수치 보정 작업을 거쳐 공시가격이 정해진다.
이번 기준 변경에 대해 국토부 부동산평가과 담당자는 "기존 가격 요인에 열거된 항목 외에도 브랜드나 입지 등 다른 여러 가지 기타 요인들을 공시가격을 매길 때 충분히 고려할 수 있게 관련 규정을 개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으로 아파트 브랜드나 입지 평가를 반영할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하지만 정부 설명과는 달리 민간 전문가들은 이번 기준 변경으로 인해 일반 국민의 공시가격 불신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염려한다. 공시가격 전문가인 정수연 제주대 교수는 "주택 공시가격은 개인의 재산권과 직결된 것이라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제대로 된 의견 수렴도 없이 이렇게 규정을 바꾸는 것은 기존에 자신들이 하던 실수나 잘못들을 합법화하기 위한 조치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번에 바뀐 기준은 내년도 1월 1일 기준 공시가격 산정 때부터 적용된다. 국토부와 감정원은 내년도 공시가격 산정을 위한 표준지 선정 및 가격 조사자 교육 작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4월 말 결정·공시되고 한 달간의 열람 및 이의 신청 기간을 거쳐 6월 말 확정 공시된다.
앞서 최근 열린 국토부·감정원 국정감사에서는 국민 신뢰를 잃은 공시가격에 대한 의원들 지적이 쏟아졌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대한 이의 신청은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